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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만명 걸은 아름다운 산하… 올해도 가슴 시리도록 ‘통일 희망’ 품었네

‘분단의 아픔’에서 ‘평화의 장’으로 거듭나는 2016 평화누리길

 

2010년부터 평화누리길 걷기행사 시작
도내 4개 시·군 190㎞ 12개 코스 구성
행주나룻길 등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

김포 등 3곳에 ‘게스트하우스’ 조성
세계인의 평화 염원 소통창구로 도약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도내 DMZ 접경지역인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국내 최북단 트래킹 코스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길은 앞으로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특히 DMZ의 역사적 의미와 생태적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진행된 ‘평화누리길 걷기행사’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과 경이로운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평화누리길 걷기행사는 올해까지 총 4번에 걸쳐 DMZ 지역에 담긴 의미를 전달했다.

올해에는 약 750만명의 방문객이 평화누리길을 찾아 190km에 달하는 12개 코스를 돌며 DMZ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마냥 신기한 듯 왁자지껄 웃음짓는 아이부터 이제는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씁쓸한 미소를 보이는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평화누리길 코스에 발자취를 남겼다.

평화누리길이 시작되는 첫 코스 김포 ‘염하강철책길’은 넓게 펼쳐진 강화도를 바라보며 덕포진과 부래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평화누리길 4코스 ‘행주나룻길’은 옛 나루터가 위치했던 행주대교 아래를 거닐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임진강의 웅장함을 엿볼 수 있는 8코스 ‘반구정길’은 반구정에서 화석정까지 펼쳐지는 들판과 야산을 중심으로 자연이 주는 감동을 선사했다.

도내 최전선단에 위치한 연천의 ‘통일이음길’은 고요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오솔길 사이로 평화누리길의 피날레를 장식, 방문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평화와 통일 그리고 각 코스의 다양한 특징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평화누리길은 이제 세계로 그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를 위해 김포 조강리, 파주 자장리, 연천 옥계리 등 3곳에 ‘평화누리길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하는 등 평화누리길만이 가진 특성으로 전 세계인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소통 창구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분단의 아픔’이 묻어있는 장소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명품화’를 꿈꾸는 평화누리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긴 평화누리길의 종주를 마친 최고령·최연소 참가자를 만나 그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철조망 코스 통과땐 민족의 분단에 가슴 먹먹”

6·25전쟁에 참가했던 최고령 종주자 86세 박영근씨


“평화누리길 코스 가운데서도 전선을 통과할 때 분단국으로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같은 나라에서 적과 대진하고 있다는 현실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올해 평화누리길 최고령 종주자인 박영근씨는 평화누리길 완주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올해 86세인 박씨는 평화누리길 종주가 지난해에 이어 2번째다.

6.25전쟁에 참가해 허리와 팔에 부상을 입어 유공자훈장을 받은 상이군경인 그는 전쟁을 마치고 건강을 위해 꾸준히 등산을 했다고 한다.

지난 2013년까지 2천200여개의 산을 올랐다고 하니 평화누리길 종주를 위한 준비는 충분했던 셈이다.

이외에도 서울 둘레길, 강화도 나들길, 춘천 봄내길, 인천 둘레길, 성곽길 등 여러 길을 걸었다.

평화누리길 참가 계기에 대해 박 씨는 “전방으로 쭈욱 연결된 길이라고 하길래 호기심이 생겨 걷게 됐다”라며 “철조망을 걸을 때엔 내가 전쟁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이 길을 다시 걷게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감격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지난 4월 말 평화누리길 코스에 도전한 박 씨는 3개월간 매주 1회씩 코스를 걸었다.

3개월의 종주를 마치고 지난 7월 올해 종주자로 41번째 인증을 받았다.

박 씨는 제일 힘들었던 코스로 10코스, 고랑포길을 꼽았다.

그는 “황포돛배에서 시작해서 숭의전지까지 가는 연천 10코스가 가장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 힘들었던 코스라고 기록까지 해놨더라. 코스가 24km로 길어서 사전에 준비를 하고 가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트레킹 계획에 대해 박 씨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걷고 싶다. 90세가 넘어서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오늘도 서울 둘레길을 걷고 돌아오는 길이다. 더 많은 길을 걸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엄마랑 걸었던 봄·여름·가을… 종주 후 키가 10㎝나 훌쩍

완주 메달 목표로 10개월간 여정 마친 최연소 종주자 7세 최민영양


“막연히 걷는다고만 생각한다면 지루하다고 생각되거나 누구나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걷는 길은 누구와 걷고, 어디를 걷고, 어떤 얘기를 하면서 걸었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경기도 평화누리길의 최연소 종주자 최민영(7·여) 양의 어머니 이재연(46·여) 씨의 종주 소감이다.

올해 많은 평화누리길 종주자 가운데서도 당당히 최연소로 지난 10월 종주를 마친 최민영양은 평화누리길을 걸어온 10개월간 키가 약 10cm가량 자랐다.

처음 평화누리길을 걸었을 때 약 110cm가량이었던 최민영 양의 키는 이제 120cm로 훌쩍 컸다.

평화누리길 코스를 마칠 때마다 도장을 찍는 스탬프함에 손이 닿지 않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트레킹에 나서는 날이 되면 스탬프 수첩부터 찾았다고 한다.

이재연 씨는 “아이가 집에서 스마트폰만 가지고 놀았던 것보다 같이 나와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를 가르쳐주고 흙길을 밟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됐다”라며 “처음에는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해서 종주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종주 메달을 얘기해주며 아이를 독려했더니 10개월간 꾸준히 평화누리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민영 양이 처음 걷기에 도전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

고양 평화누리길 행사에 우연히 어머니인 이재연씨와 함께 참가하게 됐다.

많은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늦게 종점을 통과했지만 기다리던 많은 이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후 올해 이재연씨는 다시 한 번 딸 최민영양과 큰 계획을 세웠다.

바로 평화누리길 종주.

DMZ평화누리길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이 씨는 해밀학교 아이들(정신지체 아동)과 함께 종주를 계획하고 있던 봉사 선생님의 제안으로, 사전답사에 나서게 됐다.

2년 전 고양 평화누리길을 함께 걸었던 딸아이를 생각하며 사전답사를 함께할 계획을 세웠고 지난 1월 첫 걸음을 시작했다.

이 씨는 “처음 걸을 때는 아이가 힘들다고 투정도 부려서 잠깐 업어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라면서 “한 코스 한 코스 걸을 때마다 아이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길을 걷다 오디도 같이 따먹고 애기똥풀도 가르쳐주고 꽃을 같이 구경하며 즐겁게 걸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내년에는 아이 아빠와 셋이 함께 종주를 해보고 싶다. 길을 걷는 것도 방법이 있다는 것, 길의 의미 등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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