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금 등 국악기로 둘러싸인 무대에 외국인 지휘자가 나선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악기로 표현한 클래식 음악은 더욱 낯설다.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힘써온 경기도립국악단은 무모할지도 모를 시도를 과감히 무대 위에 올린다. 그 결과물인 ‘세계를 품다’ 공연이 오는 19일 오후 4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국악기는 깊은 소리와 특색있는 시김새를 가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악기지만 음 높이에 한계가 있어 조성을 옮겨가며 손쉽게 연주할 수 없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은 음악적 표현에 있어 한국 음악에만 국한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악기는 보편적인 악기에 속하지 않는다. 올림픽으로 비교하자면 모두가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악기는 규정에 맞지 않아 예선에 출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여기서 규정이란 대중들과 소통하는 음악 혹은 악기의 ‘보편성’을 의미한다”며 “세계의 음악을 연주하며 우리 전통악기의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악기(도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 결국 보편악기로의 변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우리 시대를 관통할 수 있어야 전통이 사는 것”이라고 밝힌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은 국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치세지음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음역을 확장하고 국악기의 다양한 연주법을 개발해 보편적 악기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획한 것이다. 올 초부터 이 프로젝트로 연습에 돌입한 경기도립국악단은 오는 19일 독일 지휘자의 지휘 아래 국악기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을 연주하는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국악의 한계를 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두번째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곡 중 하나로 우리 전통악기로 음역의 변화를 줬을 때 색다른 사운드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을 통해 서양악기와 전통악기의 음색차이를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악기의 특징인 ‘시김새’(중심음 앞뒤에 꾸며주는 장식음)가 더해진 서양음악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고음피리, 대피리, 저피리, 장새납, 저해금, 저대 등 개량 국악기를 사용해 더욱 풍성한 국악관현악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비올리스트로 ‘페렌츠 가보(Ferenc Gabor)’ 가 지휘를 맡아 눈길을 끈다. 중국 민족악단을 지휘해본 경험이 있는 페렌츠 가보는 이번 공연에서 국악기와 최초 협연, 경기도립국악단과 만들어낼 특별한 시너지에 기대가 모아진다. 서양 지휘자에게서 새롭게 발견될 우리 국악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R석(1층) 3만원, S석(2층) 2만원.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