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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답답하고 화가 난다면… 화병 의심

■ 화병

가부장제 사회 분위기 등 원인

‘분노증후군’ 병원 치료 급선무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매주 토요일 백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촛불집회로 분노와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른바 ‘순실증(국정 농단 사태로 우울감·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상)’을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2016년말 대한민국 전 국민이 심리적 재앙, 즉 ‘화(禍)’를 당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화(禍)’는 정도가 심할 경우 정신적인 문제를 넘어서 신체화된 여러 가지 병리적 증상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 상당수 국민들이 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1970년부터 제시한 한국형 ‘분노증후군’의 프레임으로 규정가능하고 나아가 한의학적 ‘화병(火病)’으로도 해석 가능한 경우다.

한방 병리학적으로 ‘화병(火病)’을 심장 즉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과 연관이 되고,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는 시기(쌓아두는 시기)가 있으며, 화(火)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병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최근 11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95.8로 7년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는 가계경제 상황에서 ‘설상가상’ 일련의 국정문제로 심리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 다음 사항에 해당되는 지 꼭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필수 증상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가슴이 매우 답답하고 열이 치밀어 오르거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부가 증상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

어리가 느껴진다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

가 치민다.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상기 필수 증상에 해당하면서 부가 증상들 중 두 가지 이상이 동반되면 일반적으로 ‘화병’에 가깝다고 진단할 수 있다.

화병은 원인과 해결책을 알면서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을 때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표현을 억누르는 유교적 엄숙주의, 가부장제, 체면과 의리,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기 화병을 더 가중시키도 한다.

좀더 쉽게 이해해 본다면 화병은 스트레스를 가한 주체에 대한 직접 발산이 아니라 간접 발산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원님에게 꾸지람들은 이방이 아전에게 호통치고 아전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노발대발하면 아내는 영문도 모르는 며느리에게 그 화를 전위시킨다.

이 화병이 누적된 채 곰삭으면 한(恨)이 되고 그 한이 사무치면 죽어도 못다 죽는 원(怨)이 된다.

바로 한국인의 심정을 분석하는 인자(인자)가 화병에서 생겨난 것이다.

1995년에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4판(DSM-4)’에서 화병을 ‘Hwa-byung’으로 표기하면서 한국 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분노증후군’ 화병은 정신적인 자극이 여러 신체적인 증상으로 이행된 신체화 장애이기 때문에 심할 경우 관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는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강화하는 한방 침구시술 및 한약으로 치료하고 있는데 동시에 정신기능의 회복을 위한 양생법(養生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치료를 통한 증상의 개선이 있어도 환경적인 변화 즉, 근본적 병인(病因)에 대한 개인적 의식변화나 외부적 환경 변화 없이는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 의식변화와 관련하여 미국 텍사스대학 제임스 페니베이커 교수의 이론을 참고해 볼만 하다. 페니베이커 교수는 본인의 저서 ‘털어놓기와 건강’(1999)을 통해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한 심리적 외상의 힐링과정을 폭넓은 시각에서 수용하고 있는데 예의 화병을 부추기는 억압기제 해소에 필요한 방향을 일면 제시해 준다.

 

 

 

최근 화병의 치유와 관련해 눈여겨 볼 점은 촛불집회에서 일반시민들이 보여준 평화적 시위이다.

억압되었던 분노를 평화적 수단으로 교감하는 거대한 치유의 장을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모습은 한의사의 입장에서 시위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넘어 새로운 치유 모델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도움말=박영준 숨쉬는한의원평택점대표원장>

/정리=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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