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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문화 더 줄줄 꿰는 ‘전통문화 사수’ 글로벌 특공대

 

한국문화 사랑하는 외국인 모임

히피코리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가 괴테의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이 어원은 우리 고유의 특성을 소중히 지키고 간직하는 것이 세계의 공감과 인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최근 한국의 ‘K-POP’, 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자랑스럽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제작물을 연출하는 등 분위기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옛 조상들의 이야기가 담긴 ‘판소리’와 ‘민화’ 등 진정한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우리만의 고유문화는 그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반가운 이들이 있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히피코리아’(Hippie Korea)가 그 주인공이다. 히피코리아는 한국문화를 통해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새로운 도전에 한창이다. 한국인들보다 한국문화를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히피코리아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전자 근무 외국인들 첫 모임 결성
한국문화에 애착으로 본격적인 활동

전국 각지 돌며 문화 탐방·체험활동
소외계층과 나눔활동 등 영역 넓혀
이달말까지 직접 그린 민화도 전시

 

 

 

 


히피코리아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단체로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다양한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히피코리아의 활동 기간도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랜 시간 진행된 모임이지만 참여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따복공동체의 공동체활동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서 ‘전통민화그리기’에 푹 빠져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과 정성을 담은 민화 작품을 뽑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12월 13일부터 31일까지 수원영통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전시회가 바로 그 무대다.

이 전시는 외국인들이 한국전통미술을 표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히피코리아 쏘냐 글렌저 대표는 “각자 다른 국적으로, 또 다른 사연으로 한국에 오게 된 세계인들이 우리가 살게 된 한국을 제대로 체험하고 느껴보자는 뜻으로 모임을 구성하게 됐다”며 “그동안 진정한 한국 문화를 경험해보기 위해 전국에 있는 문화재들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한국은 알면 알수록 참 매력있고,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히피코리아의 이야기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히피코리아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타국에서의 낯선 환경을 적응키 위해 만든 ‘히피 디 업’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모임이 그 출발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상과 함께 밀려오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모임이다보니 재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보니 모임 끝난 이후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는 공허한 모임이 이어질 뿐이었다.

이에 자신의 일터이자 ‘제2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을 알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먼저 수원화성문화제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역 축제를 둘러보며 한국 문화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또 축제를 보는 것만으로는 한국문화를 아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 전국을 돌며 역사유적과 문화재 등을 체험하고 이에 대한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현재 히피코리아는 ‘히피코리아 템플스테이’, ‘차문화탐방 여행’ 등을 비롯해 민화, 보자기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을 하며 한국문화를 습득하고 있다.

1년에 4회씩 진행되는 ‘히피코리아 템플스테이’는 통일신라 시대 불교문화를 이끈 화엄종을 선양한 화엄사(전남 구례군) 등 한국의 불교역사가 담긴 지역을 직접 방문, 불교건물의 ‘화려함’과 그 속에 내포된 ‘엄숙함’ 등을 보고 체험한다.

‘야생차’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을 찾아 차를 마시는 예절 ‘다도’(茶道)를 배우면서 천연재료를 통해 전문적으로 차를 다릴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한 인원들도 상당수다.
 

 

 

 


이와 함께 수작업을 통해 인감도장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회원들도 생겼다.

이처럼 많은 것을 배우게 된 히피코리아는 매달 둘째주 토요일 ‘수원중앙양로원’을 방문해 자신들이 배운 것들을 외로운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등 뜻깊은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문화를 통해 숨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나눔 페스티벌’이란 이름의 다문화축제를 개최하는 등 그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활동으로 히피코리아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약 8천여명의 세계인들이 함께하는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

앞으로 히피코리아는 역사탐방 계획을 확대해 가는 한편, 다양한 국적이 모인 만큼 세계 각국의 문화를 담은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소냐 글렌저 대표는 “한국에서 받은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며 “히피코리아가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 서양문화에 더 매료… 전통문화 관심 시들”

“우리가 경각심 줄 수 있길 기대”

소냐 글렌저 히피코리아 대표


“한국인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히피코리아 소냐 글렌저 대표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담겨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옛 것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했다.

소냐 대표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온돌, 도자기 등 옛 문화들은 정말 과학적이면서도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은 서양의 어떤 문화에도 뒤쳐지지 않는 자산이다. 한국인들이 이런 점을 몸소 깨닫고,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후손에 계속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인인 소냐 대표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에 일하게 되면서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유럽과 달리 매일 당연시되는 ‘야근’은 한국에서의 삶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 외로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점도 문제였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에 일하는 외국인 10여명과 함께 모임을 결성, 이같은 힘든 나날을 이겨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만을 모임은 한 순간일 뿐이었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에 모임의 목적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한국을 알아가기 위한 것으로 변경, 지금의 히피코리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소냐 대표는 “전국에 한국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있다. 전통 차·불교·미술 등이 주요 활동이었다”며 “어딜 가도 기대 이상의 것들을 배우고, 또 다른 흥미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한국문화”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냐 대표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녀는 한국 전통차를 우려낼 수 있음은 물론, 인감도장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공부하는 등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룩한 배경에 대한 역사를 살피며 좀 더 깊숙이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소냐 대표는 “요즘 한국인들은 서양문화의 매력에 빠져 전통문화의 가치를 망각해가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한국문화를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러다간 훗날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설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들의 활동이 한국인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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