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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만 앞세운 경솔한 이타주의는 ‘해악’

옥스퍼드대학교 윌리엄 교수
세상 변화시키는 방법 소개
직업·봉사 등 선행 기준 제시

 

트레버 필드는 회전 놀이기구인 일명 ‘뺑뺑이’와 펌프 기능을 결합시킨 ‘플레이펌프’를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 보급해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아이들이 기구를 돌리며 놀 때 발생하는 회전력으로 지하수를 끌어 올린다는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유력 기업인과 정치인, 유명인들이 열광했고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에 가세했다. 이들의 후원에 힘입어 그가 설립한 자선단체 ‘플레레이펌프인터내셔널’은 날개 단 듯 급성장했다.

그러나 플레이펌프의 효과 검증에 나선 연구단체들의 보고서에 의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수동펌프를 더 선호한 마을에 일방적으로 설치된 사례가 많았고 펌프 동력 공급에 아이들의 ‘노동’이 동원되면서 사고도 속출했다. 관리 체계가 허술해 자체적인 유지보수도 불가능했다. 각종 폐해가 드러나자 언론이 등을 돌렸고 플레이펌프 미국 지부는 결국 폐업했다.

필드는 극빈층도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선의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선의와 열정에만 의존한 경솔한 이타주의는 오히려 해악을 끼치기 쉽다는 것을 플레이펌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광범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월드비전, 옥스팜, 유니세프 등 거대 자선단체도 효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보건사업에 비해 비용은 더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재해구호에 전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부교수이자 비영리 단체 ‘Giving What We Can’, ‘8만 시간’의 공동 설립자인 윌리엄 맥어스킬은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운동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감정이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설 때야 비로소 우리의 선행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통해 효율적 이타주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의 1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등 효율적 이타주의의 핵심질문 5가지를 살펴본다.

이 5가지 질문에 답하다 보면 우리가 남을 도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2부에서는 각 질문을 구체적인 주제에 적용해 살펴본다. ‘내 기부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자선단체는 어디일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이나 자원봉사는 무엇인가’ 등 효율적인 선행을 위한 판단기준을 제시한다./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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