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Rabbit Hole, between Reality and Fantasy’展
흰 토끼를 따라 래빗홀(Rabbit Hole)에 들어가 이상한 나라에 빠진 앨리스는 그 곳에서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동화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롯데갤러리 일산점은 ‘Rabbit Hole, between Reality and Fantasy’展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현실 너머의 환상의 세계를 담아낸 작품들을 준비, 회화작품들을 통해 자유롭고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한다.
김남표 작가는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인조 모피와 사물들을 붙여 자신만의 독특한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얼룩말의 등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신발 위에서 꽃이 피어나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김남표의 작업은 꿈 속 풍경이 실제로 펼쳐진 듯, 재미있고 유쾌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통굿에서 영감을 받은 현경 작가는 샤머니즘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현대사회의 숨겨진 정치적, 사회문화적 이슈를 다룬다. 그의 ‘Gate’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왜곡, 변형된 형태로, 유령이나 몬스터와 같다. 작가는 오브제들을 수많은 선들에 파묻히게 묘사, 낯설고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삶,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호철 작가는 대상들을 비현실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항구도시의 밤 풍경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촉촉한 밤의 감성을 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는 그릇으로 그려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대상을 선명한 색채와 상징적인 배치를 통해 독특한 이미지로 탈바꿈, 과거와 현재,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정규리 작가는 꿈에 나올듯한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입체로 느껴지는 공간 어딘가에 걸린듯한 시계, 수영장이 아닌 허공 속에 헤엄치는 수영선수, 주사위, 망원경, 의자 등 이곳 저곳을 부유하는 오브제들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몽환과 상상의 세계를 닮았다.
이소연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강렬한 인상과 미묘한 연극적 분위기를 통해 표현하면서, 오랜 해외생활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정체성의 문제들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해왔다.
특히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방문한 장소나 머리 속에 각인된 특정 풍경 속에 자신을 배치시키거나, 되고자 하는 모습을 투영해 그리는데, 모든 인물은 화면 바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의 상황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환상적이며 미묘한 심리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 유선태, 이해민선. 김혜영 작가 등 총 8명 작가가 참여한 전시는 작가 각각의 개성이 담긴 상상력 가득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방식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담아내지 못한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한 상상의 세계와 그 환상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지며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도 5월 10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