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장례
/유홍준
부음 삼백 장이 일시에
온다 내가 보낸 부음이
수취거부로 나에게 되돌아온다
안개나라 안개마을 안개 낀 공동묘지로
죽은 아버지 실은 리어카 끌고 간다
고기 냄새 맡은 까마귀 떼
결사적으로 해치우려 드는
조문객 없는 장례식
막냇동생 작대기를 휘둘러 악물들을 쫓는다
먹을 수 없는, 먹어서는 안 되는 고깃덩어리
구덩이 파고 관도 없이 묻을 때
아버지에게서 흘러나오는
피할 수 없는
안개,
부음의 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관도 없이 리어카에 실려 가는 죽음이 있다. 누군가에게 죽음을 알리고 싶었는데, 알릴 사람이 없는 생이었다. 오직 안개만이 아버지를 대변하고 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눈뜨는 아침을, 쏟아지는 낮의 햇빛을, 강물에 발목을 담그는 노을을 한번쯤 느긋하게 바라보기는 했을까. 가도 가도 극빈이 뿌리를 흔들었을 생이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흘러나왔을 보이지 않는 길들. 그 길을 연명하기 위해 손발이 부르트도록 힘을 다 해도 닿지 못한 꿈들. 죽어서까지 안개가 되어 나타난다. 무게를 버리고 체온을 버리고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가 문득, 눈에서 한 방울로 뭉쳐졌다가 다시 흩어지고 마는 감정. 아버지라는 이름을 묻고 있다.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