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핵미사일이나 테러, 경제 위기, 일자리 등의 문제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지구 생명체 40퍼센트 이상을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영국 최초의 기후변화 전문 비영리 기관 ‘기후 지원 및 정보 네트워크Climate Outreach and Information Network(COIN)’의 공동 창립자이자 지난 25년 동안 광범위한 환경 및 사회 운동에 헌신해온 조지 마셜은 우리가 왜 기후변화에 침묵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펴냈다.
조지 마셜은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파국을 초래할지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이유를 찾기 위해 저자는 심리학과 경제학, 기후 과학, 문화인류학, 진화심리학 등의 세계적 전문가들을 비롯해 기후변화 부정론자들, 석유기업 담당자들, 평범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여정을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심리와 본능이 감지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유난히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명확한 원인과 목적, 가해자, 동기를 특정하기 어렵다.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규정하기 어려우며, 우리 모두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자 가해자들이다.
조지 마셜이 만난 노벨상 수상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역시 그런 점에서 우리 인류가 기후변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예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통제 불능의 자동차처럼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협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서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요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조지 마셜은 기후변화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한지 아닌지를 놓고 다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궁극적인 도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해법은 믿는 사람들과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르는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들, 즉 공통적 심리, 위험에 대한 인식, 사회적 본능에 있다.
과학이 예측하는 바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온갖 컴퓨터 기반의 모델과 과학적 예측, 경제적 시나리오에 달린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한 변수인 우리 인간 집단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심리학’은 기후변화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설득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을 외면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거대한 문제를 고의로 무시해버리는 우리의 심리와 본능을 직면하고 통찰하도록 이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