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리 창출 vs 고용절벽
2. 저녁 있는 삶 vs 돈 없는 저녁
3.선진 기업문화 유도 vs 일하는 분위기 저해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결과는 같다. 능률이 오른 셈이다.”
K씨의 직장은 정부 정책에 앞서 3개월여 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우선 회의시간이 줄었다.
주당 평균 2~3회였던 사무실 회의가 사실상 사라졌다.
주당 1회 정도, 팀원간 스탠팅 미팅을 통해 핵심적인 업무 전달을 하는 게 회의의 전부다.
하루 평균 10~11시간 정도였던 근무시간도 정시출근, 정시퇴근으로 바뀌었다.
대신 출퇴근 시간이나 식사시간 전후 또는 업무시간 내 직원들과 개인적인 잡담을 하거나 커피 등을 마시는 킬타임(Kill time)을 줄였다.
분위기는 회사의 지시가 아닌 직원들 스스로 조성했다.
일 평균 2시간 정도의 업무시간 단축에도 업무량 소화에는 변화가 없다.
K씨는 “일의 강도는 늘었으나 직원들 스스로 일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다 보니 처리 업무량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처리 업무량 증가에는 레이버 스쥴링 시스템 구현이 도움이 됐다.
가동계획을 말하는 이 시스템은 작업량을 분석해 그 작업량에 맞는 적정한 노동력을 유지, 운영관리해 나가는 방법이다.
즉, 작업순서나 필요시간을 세세하게 분석해 보다 효과적인 계획을 세워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K씨는 “직원들 스스로 기존대비 짧아진 시간에 효과적인 업무를 하려다 보니 시간단위, 분단위로 나눠 세세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업무의 능력도 오르고,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은 자기개발을 위한 자격증 시험 준비나 학업을 병행중이다. 일의 효율, 자기개발 등 1석2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A씨.
올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5년에 다다른다. A씨의 팀 인력은 8명.
유통기업이다 보니 매출이 높은 주말 휴무는 사실상 불가, 평균 2~3명이 평일 휴무를 가져 실제 가용 인력은 5~6명이다.
업계 특성상 평일 평균 1시간 정도의 초과근로는 자연스러웠다.
특히 명절 연휴나 휴가철 등 업무가 몰리는 매출 피크 기간에는 휴무일 근무도 당연시 돼 왔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에 돌입했다. 정부 정책이기도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란 시대 트렌드에 맞춘 워라밸(Work-life balance) 기업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오히려 일하는 근무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유인 즉슨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인정시간 외의 추가 초과근로가 금지됐다.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칼출근, 칼퇴근’ 바람에 편승했다.
유연근무제가 함께 도입되면서 팀원들 출근 시간이 오전 9~11시 사이 순차적으로 변했다.
시간대별 순차적 출근에 칼퇴근 하다보니 직원간 얼굴을 마주치는 시간이 줄었다. 직원별 출·퇴근 시간을 기점으로 하루 3~4시간은 사실상 일하는 분위기가 아닌 출·퇴근 분위기로 바뀌었다.
업무가 급증하는 매출 피크기간 역시 휴무더라도 짬짬이 나와 업무를 보던 분위기도 없어졌다. 게다가 팀장과 부팀장은 휴무를 달리하다 보니 근무일이 겹치는 기간은 불과 주 1~2회 정도. 사실상 팀원간 업무 연계나 파악, 직원관리가 더 어려워졌다.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팀이 아닌 개인주의 성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 일하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안경환기자 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