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 안까지 들어가려고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일상화된 각종 범죄에 대한 공포가 새삼 커지고 있다.
특히 일명 원룸촌은 물론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영상 속 소름끼치는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주거침입 범죄는 총 7만1천86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침입죄’가 4만2천3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야간주거침입절도’가 2만8천216건, 특히 ‘주거침입 성범죄’도 하루 한건 꼴인 1천310건이나 발생했다.
주거침입 성범죄 가해자의 99.8%는 남성으로, 주거침입을 시도했거나 범죄를 저질렀어도 경찰에 붙잡히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추정할 경우 실제 발생건수는 정확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며 전국민들의 우려와 함께 여성들, 특히 1인 가구 여성들의 공포가 구체화되면서 사회적 공분도 커지고 있다.
오산, 용인, 수원, 부천, 시흥 등 도내 곳곳의 일명 원룸촌은 물론 주택가와 번화가 역시 이같은 범죄 시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 속에 도어락에 랩을 씌워 사용하는 여성들이 유행처럼 늘어나는가 하면 ‘방범용 남성 목소리’로 불리는 일명 보이스가드 구비 등 저마다의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도내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수원시청 인근 공동주택에서 1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는 이모(29·여)씨는 “온종일 인적이 끊이지 않고, CCTV 등 다양한 방범장치가 있는 번화가인데다 현관에도 보안장치가 있어 좀 비싸도 택한건데,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다 실패하고 가는 경우가 있어 깜짝 놀랐다”며 “결국 문 걸쇠를 새로 달았지만 이번 일을 보고 불안감만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오산의 한 원룸촌에 거주한다는 김모(26·여)씨는 “‘도어락’이라는 영화가 마치 현실이 된 것 같은 요즘 친구들 대부분이 누가 몰래 지문을 보고 들어올까 무서워 도어락에 랩을 씌워 사용하는게 유행이 됐다”며 “택배나 배달음식은 불편해도 무조건 1층 공동현관에서 받고, 창문도 가린채 사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받아야 한다는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은 대부분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이웃과의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아기자 p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