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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아침 뉴스와 권력 무상

 

 

댓글 공작혐의로 전격 구속됐다는 김경수 경남 도지사의 뉴스를 어느 날 이른 아침 변기에 앉아 조간 뉴스로 보았던 적이 있다. 진실해 보였던 그도 권력을 쥐고 나더니 예전의 경수가 아니라 권력 농단의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자가 되고 말았구나! 하고 찹찹해 했다.

고사에 진나라 시황제는 천하를 제패하고 전국을 초도 순시하다 의로운 역사에게 골통이 부셔져 객사했다.

각설하고 그리 멀고도먼 고사의 예만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반대파에게 사형언도를 내리고 정치범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일본 육사 출신의 박정희는 궁정동의 안가에서 여흥을 즐기시다 ‘그때 그사람’ 이라는 대중가요를 기타로 연주해주며 간드러지는 콧소리로 불러줬던 여대생 심수봉과 시바스리갈로 막걸리 폭탄주 말아 드시던 그 날에, 무소불위 절대권력을 쥐고있었지만 고향 후배이며 최측근 심복 부하 중앙 정보부장 김재규한테 심장에 총알 맞아 62세에 이른 나이에 권력에서 무장해제 되기도 했다.

고금이래 권력은 무상한 것이며, 권불십년이라고 하지만 뭐, 우리네 같은 권력과는 사돈에 팔촌쯤 되는 시정의 민초들에게는 뜬 구름 잡는 얘기이고 이슬 같은 인생사 허무함을 맛 보고 출가한 스님네들도 권력 다툼이 난무하고 닭벼슬 만도 못한 중벼슬이 어쩌구 하지만 그러게 권력의 단맛을 어찌 쉽게 저 버릴 수 있겠는가만은, 불가에 입문한 이래 허망한 인생살이가 물거품 처럼 찰나임을 알아채기에는 그동안 많은 세월이 소진 됐다.

어느덧 반야심경 마지막 구절을 주문처럼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를 외우며 온갖 병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늙은 아이가 되어 어찌하다 보니 옆자리에는 말이 통하는 미인도 두지 않았지만, 그러나 마차를 타고 여행하는 영국귀족의 행복을 누리듯 고물 자동차 라도 타고 다니며 전국을 유랑하며 누비는 한량은 됐다.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게 이른 아침 변기에 앉아 주기도문처럼 외우는 ‘큰 욕심 없이 살자’ 며 마음을 비우고 간 밤에 먹은 충만한 음식을 오물로 만드는 재주를 펼치고, 한밤중에 두 번쯤은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깨는 불편을 몸소 겪는 원인이 알콜 때문임을 알지만, 캄캄한 마음에 의식은 촛불처럼 켜지고 죽음처럼 깊은 잠에서 잠깐 살아있다는 생각으로 잠의 죽음과 꿈의 중음中陰을 거쳐 의식의 삶으로 돌아오는 환생 연습을 여러 번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생도 캄캄한 시간의 진흙 연못에서 고개를 내민 연꽃 꿈이라는 생각이든다. 연꽃이 지면 에덴의 천국과 극락 정토 같은 말도 어둠 속에 함몰하리라는 생각이지만 세상이 죽음인듯 캄캄 하더니 어느 덧 아침 매일 일곱시 삼십오분 이 시간이면 운제산의 태양이 세상을 다 태울듯, 벌겋게 물드는 동녘을 바라보며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세상이 아직은 좋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하여 보는데.

화탕지옥과 검수지옥에 있는 것보다는 이 사바의 고통은 그래도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며 염라대왕에게는 염치 없지만 외조모께서 사신 세월 구십셋 되는해 까지만 골골 거리면서 라도 꼭 부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어제 까지는 밀린 글을 모두 마무리 하지 못하다가 쪽문을 열어 보니 오늘 비 오는 뜨락을 보며 권력에 대한 환상조차 이제 마저 촛불처럼 꺼져 버리니 한결 침착해지누나.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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