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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인동 창(窓)

인동 창(窓)

                                /김순이

못 견딜 때마다 창가로 간다.

어머니가 심어준 인동 꽃

봄마다 향기롭다

목숨의 줄기 허공 벽에 부딪혀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져도

한사코 뻗어 휘감아 잡는 덩굴손

내게 지니라고

모진 겨울 칼바람에

앗기지 않는 잎새의 푸름

내게 지니라고

어머니가 심어준 눈물어린 당부

머리맡 창가에 늘 푸르다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과 비평’으로 문단에 나와, 시선집 ‘기억의 섬’, ‘제주야행’등을 펴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시인은 제주도문인협회장을 역임을 했고, 제주문화원 부원장으로 있다. 시 인동 창은 인고(忍苦)의 계절에서 시름하는 아침의 애이불비(哀而不悲)한 상념의 고독감들이 펼쳐진다. 청춘도 가고, 사계(四季)도 소리없이 지나간다. 무념 무상한 세월이 아니던가, 덧없이 동행했던 사람도, 꽃도, 돌아오지 못할 시인의 심상으로 떠나고 만다. 기다리는 봄은 왔지만 담담한 창에서 어두운 기억과 영광의 귀로를 찾다보면, 뜰에 피어나는 꽃나무들의 애절한 소리에 청승 맞는 일이 한두 해 일이었던가, 오늘은 시름도 버리고, 가엾은 몇 사람들을 불러보자 허전할수록 돌아서는 빈 발길, 창밖의 세상은 물 흐르듯 돌고 돌아 애끊는 사연들로 왔다가, 머리맡에 창연한 봄바람들로 어머니가 들려주신 안부로 옷매무새를 단단하게 다시 채워보자. 성산포 일출이 그리운 ‘해 뜨는 집’에서 시인의 ‘제주야행’의 웃음들이 오늘은 시인의 마음의 가장 부자가 되는 날….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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