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중심이 사실상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대적인 ‘감량’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업계 1위였던 이마트가 지난해 전문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섰고 ‘유통 공룡’ 롯데마저도 13일 점포의 30%를 정리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움직임이 결국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잘 나가던 대형마트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께부터다.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무점포(인터넷쇼핑, 홈쇼핑, 방문판매 등) 판매액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했고 2015년에는 급기야 대형마트를 추월했다.
무점포 판매액은 2015년 46조7천888억원으로 대형마트(32조7천775억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후로도 대형마트 판매액은 32조원∼33조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무점포 판매액은 지난해 79조5천848억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마트의 2배가 훌쩍 넘을 만큼 규모가 팽창한 것이다.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134조5천83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지난해 2분기 일제히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마트는 1993년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는 국내 사업만 따졌을 때 1998년 창사 이후 최악의 영업 실적을 냈다.
결국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대표를 조기 교체하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수익을 내지 못한 삐에로쑈핑은 지난해부터 남아있던 점포 7개를 순차적으로 폐점하고 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는 지난해 33개 매장 가운데 19개를 닫고 현재는 14개만 남았다.
이마트 매장의 30%가량도 리뉴얼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신규 출점은 뚝 끊겼다. 전문점과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올해 9월 안성 스타필드 내 트레이더스 단 1곳만 새로 문을 연다.이미 이마트는 2018년 이후 매장을 한 곳도 내지 않고 있다.
롯데는 아예 대표 사업인 할인점부터 ‘칼질’에 들어갔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가운데 30%에 달하는 200여개 매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롯데는 이미 지난 연말 인사 이후 백화점 본부 인력 가운데 10%가량을 영업 현장에 배치하는 등 조직 재편에도 나섰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분석해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전략을 빠르게 재검토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이런 조치가 결국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기열기자 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