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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질본 개편안 ‘철밥통 갑질’ 유야무야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무늬만 청(廳) 승격’이란 비판을 받는 질병관리본부(질본) 개편안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넘기고, 복지부에 보건담당 2차관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즉각 복지부의 자기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국가 위기를 틈타 전문성을 무기로 번번이 부처 이익 확대에 나서는 ‘철밥통 갑질’ 행태는 척결돼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재난 상황을 악용해 슬그머니 조직과 자리를 늘려온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상시에 나올만한 비효율·옥상옥·자리 늘리기 등의 비판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비상시의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노회한 늘공(직업공무원)들의 능란한 기획에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은 속수무책이다. 이번에도 기술자들은 신설되는 차관의 업무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질본 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안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바이러스 R&D 거버넌스 발표의 핵심인,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와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각각 설립하는 방안은 더 근본적인 불씨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중복설립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한다. 연구와 방역의 종합적인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 단일 통합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옳다. 아울러 치료제·백신 개발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긴밀한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취약한 바이러스 연구역량을 위해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행정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얼마나 완고한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4년 11월 신설된 국민안전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분야 전문성 확보를 목적으로 당시 안전행정부에서 분리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신설 국민안전처가 기득권 텃세의 장벽을 뚫고 타 부처와 지자체 협력을 구하는 일은 역부족이었다. 국민안전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7월 행정안전부로 다시 흡수되고 말았다.

정부는 개편의 목표가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점을 한시라도 잊지 말고 제대로 된 개편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부처 이기주의의 흑심이 개입돼선 안 된다. 그와는 별도로, 질본의 감염병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면서까지 밥그릇을 늘리는 한심한 방안들이 어떻게 끼어들었는지 기안부터 입법 예고까지 전 과정을 철저하게 밝혀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틈타 자리를 늘리는 망국적 폐습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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