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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재고떨이', 문 닫은 '유니클로'… 日 불매운동 후 1년

일부 브랜드 제외 대부분 업종 불매운동 '직격탄'

 

#1.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브랜드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아사히‧삿포로 등 재고가 남아돌면서 지점 자체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왔으나, 그마저도 유통기한이 만료돼 한 달 전부터 진열을 제외시켰다. 점주 임모씨는 “세계맥주는 4캔에 만원으로 할인해야 팔리는데, (일본 맥주를) 앞으로 들여오거나 할인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 시흥시에 위치한 유니클로 지점에서 만난 50대 여성 A씨는 “보통 외국인들, 이주민들이 많이 찾지 한국인들은 눈치가 보여 자주 못 간다”고 말했다. A씨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자식들 반대에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지난해 7월 1일자로 일방적으로 강행한 수출규제로 인해 시작된 불매운동 ‘노(NO) 재팬’. 국내서 판매 중인 맥주‧자동차‧의류 등 일본 브랜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약 9억2천만원으로 전년 동월(약 71억5천만원)에 비해 87% 가량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일본 맥주는 최근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서 부동의 1위였지만, 지난해 7월부터 수입액이 급감해 9월에는 7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소 반등한 모습이다.


일본 맥주 수입업체들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일본 맥주 ‘삿포로’를 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197억원으로 48억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아사히주류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623억원으로 197억원의 영업적자를 남겼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또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혼다코리아 신규 등록 차량은 1천3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렉서스는 2천583대로 전년(7천70대)보다 63.5% 감소했다. 닛산은 1천41대, 토요타는 2천139대로 각각 38.1%, 56.7% 줄었다.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업이익은 19억 원으로, 전년 동기(196억원)에 비해 9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천632억원으로 전년(4천674억원)보다 23% 감소했다. 


닛산은 올해 12월 말 한국시장서 16년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닛산은 공식 입장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류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주요 타겟이 되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가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다른 손님이 오는 것을 방해하고 SNS에 글을 올리는 ‘유니클로 감시단’까지 생겨났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6월부터 12곳이나 폐점하면서 매장 수를 줄였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9천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하락했다. 순이익은 재작년 2천383억원에서 지난해 19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서울 강남에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고 점포 수를 늘리고 있지만, 지난해 7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1천378억원)보다 약 10% 가량 줄어든 1천24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부 일본 브랜드는 불매운동 여파를 피했다. 일본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8만2천8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며 게임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3월 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인기에 힘입어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 추첨이나 대기를 통해 구매해야만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던 기존 불매운동과 달리 네티즌들이 주축이 된 데다 재외국민까지 참여한 운동”이라고 분석하며 “1년이 지난 만큼 처음의 열기는 아니더라도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단순히 불매운동을 넘어서 국내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는 일종의 문화운동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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