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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한가위 신 풍속도

 

“얘들아~ 오지마라.”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가슴 저릿한 어르신들의 영상이 있다. 코로나 19로 고향 못 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자 의성군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찍은 ‘귀향 자재’ 동영상 편지였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이 각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도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영상이었다.

 

무료한 일과 속에서 명절만 기다리던 어르신들께는 보고 싶은 자식 안 보기로 한 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야 했던 수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땅한 조치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죄송하고 머쓱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려해도 불안하고 안 가려해도 죄스러운 2020년 현실 속 한가위가 어르신들께는 한없이 적막할 듯 보인다.

 

현실과 달리 홈쇼핑 화면 속 한가위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화려하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 하세요’ ‘못 가는 한가위 선물로 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글지글 구워대는 맛깔스런 양념갈비, 생갈비가 연거푸 방향을 돌려가며 화면을 차지한다. ‘오늘만 하는 특별가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가위 전에 도착하려면 빨리 주문하세요.’ 다급하게 주문신청을 종용하는 쇼호스터 하이 톤의 목소리. 그 풍성한 먹방에 끌려 멍하니 입맛을 다시다가도 화면을 돌리면 곧바로 갖가지 떡, 선물용 건강식품, 과일, 한과 등등. 금방이라도 저 선물 들고 고향으로 달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아 또 한 번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하는 순간이 된다.

 

한편, 바이러스를 걱정하는 각종 매스컴에서는 오지 않고 가지 않는 한가위 신 풍속도를 당부하고 있다. ‘휴게소 들르지 않고 도시락으로 해결하세요. 여행은 안 돼요.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세요. 요양원 방문면접도 금지합니다.’ 등등. 마땅히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며칠 전 조용히 다녀오던 성묫길에 뵌 당숙님의 말씀이 짠하게 남아 귀에 윙윙거리는 이유는 뭘까 싶다.

 

“추석에 서울 애들이 진짜 못 오면 우짜겠노, 고놈들 참 보고 싶은데….” 내년에는 제발 고향 계시는 어르신들, 우리 어머니까지 모두가 아들, 딸, 손주까지 모여 우르르 즐겁게 보내는 한가위였으면 좋겠다. 다 같이 성묘 갔다 오는 길에 알밤 몇 개 줍고 엄마가 캐다 남긴 고구마 이삭도 줍고 아버지 산소 앞 빨간 대추 몇 알 깨물어 먹으며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그런 추석이길 바라본다. 코로나19가 만든 2020년의 ‘한가위 신 풍속도’는 딱 한 번으로 끝나고 건강하고 활발한 내일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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