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 유권자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읍참마속’(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측근의 목을 벤다)은 삼국지에 나오는 잘 알려진 고사성어다. 대통령이나 힘있는 쪽이 상대방의 공세를 받아서, 또는 국면전환을 위해 장관, 청와대 참모 등을 경질할 때 자주 인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4.15 총선 과정에서 회계 부정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이 자기당 소속 의원을 검찰의 손에 넘겨주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표결에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은 이와는 결이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내년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다.

 

두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면서, 그리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나면서 비롯됐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보궐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과 달리 당헌으로 약속까지 한 공천 관련 읍참마속에는 고개를 돌렸다.

 

정치권은 혹시나 하면 역시나 늘 그래왔다. 지난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귀책사유로 4.12 재보선을 치르는데,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법무장관은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여야가 이런 식이다. 정치권은 워낙 ‘식성’이 좋아 자기 살을 도려내는 DNA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미국 대선 과정이나 우리나라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과거와 다른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지지층 결집이다. 상대 진영이나 언론 등이 강하게 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 똘똘 뭉친다. 실제 선거때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향해 표 결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非) 선거철만큼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애정어린 채찍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여론조사를 통해서 말이다. 정치권이 읍참마속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반대로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이나 인물에게 잠깐이라도 ‘읍참마속의 외도(外道)’를 하면 안될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