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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방재건술 명의를 만나다...아주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

유방암 발병 연령대 10대로 낮아지고, 미혼 여성도 많아
수술 이후 경험하는 충격과 상실, 우울 심각... '유방재건술' 주목
분야별 전문의, 안전한 수술실, 협진 가능한 곳서 치료와 수술 받아야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중 가장 흔한 게 유방암인데, 조기에 발견만 하면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치료 후 여성들이 겪게 되는 혼란과 삶의 질적 저하다.

 

암 치료만 잘 받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심각한 신체적 변화에 직면해야 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게다가 요즘은 발병 연령대가 10대로 낮아지고, 미혼 여성도 많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아주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유방암 진단 후 수술을 시행하면 가슴의 변형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환자들이 단순하게 외형적인 모습에 연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쁜 옷을 못 입을까봐? 예쁘게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딸이나 손녀, 손자를 안아줄 때, 누군가와 신체적인 접촉을 해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사실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이후에 경험하는 충격과 상실감 그리고 우울증은 짐작하는 것보다 매우 심하다.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몸의 불균형으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절실한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유방재건술'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여성들의 삶의 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여러 논문에서는 이미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재건을 한 사람의 자기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돼 있다. 실은 더이상 이런 연구를 하지 않을 만큼 그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양말이 조금 흘러내려도 길에서 다시 올려 신기 쉽지 않잖아요. 속옷이 돌아가면 어떻겠어요. 매우 거북함에도 불구하고 고쳐 입기는 어렵죠. 유방재건술은 그런 개념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좌우의 비대칭이 없어지도록 교정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암의 재발이나 암의 전이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수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암수술 이후에 생기는 모양의 변화나 결손에 있어서는 그 상황에 맞는 재건을 해야 하고, 그래야 암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서 빨리, 간단하게 끝내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무리하게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하는 이 교수다.

 

사실 '수술'이라는 건, 그것이 간단하든 그렇지 않든 무섭기 마련이다. 그래서 결정하는 시점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환자들만의 얘긴 아니다. 의사 역시도 매번, 매순간 그러한 긴장감 속에 수술 집도까지를 이어간다.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이 된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결정하고, 감염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조건이 전제됐을 때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의 질병 치료를 통해 건강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구하는 일과 직결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유방재건은 생각보다 큰 이물질이 들어가는 수술이에요.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이물질 중에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죠. 보형물로서는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니까 감염을 예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물질이 한 번 감염되면 그걸 제거하고 꽤 오랜시간 재수술을 할 수가 없어요. 6개월 혹은 1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염을 막지 못하게 되면 결국, 기간도 기간이지만 여러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비용적인 부분이나 심한 통증 등의 불편과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되는 셈이다. 수술실 상황과 조건에 대해 정말이지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야겠다.

 
"웬만하면 큰 병원에서 해야 합니다. 공조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수술을 받아야 공기 전파로 인한 감염률이 떨어지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병원의 모든 수술방은 양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수술방 안에 있는 공기는 밖으로 내보내고 밖에 있는 공기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갔을지 모를 복도는 아무래도 깨끗하지 못한 공간으로 보고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조시스템을 하나 갖추기 위해서는 수술방 하나에 억대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특히 아주대병원의 경우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전문의 두 명이 함께 수술을 한다. 수술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복부 재건의 경우 5시간 안에, 보형물을 사용해서 하는 수술은 1시간 안에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유방재건 수술 후의 만족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환자들이 생각할 때 유방 절제를 받고 나면 가슴 모양이 남자의 가슴하고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훨씬 더 푹 파여서 대부분 갈비뼈가 다 보이죠.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이 크고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과 동시에 진행되는 즉시 재건보다 지연 재거 수술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분야별 전문의와의 상담이고, 안전한 수술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협진이 가능한 곳에서의 치료와 수술이 아닐까 싶다.

 

"완전 절제를 하느냐 부분 절제를 하느냐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환자들이 수술을 결정할 때 미용적인 부분을 고려하거든요. 그치만 암수술이잖아요. 확실한 치료가 더 중요하겠죠. 부분절제 또는 완전절제에 대한 방법을 선택할 때 미용적인 부분은 고려할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일재 교수가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하는 또 하나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수술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온,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마치 자신의 상태에 맞는 것처럼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재건을 했든 재건을 하지 않았든, A란 방법으로 재건을 했든 B란 방법으로 재건을 했든, 그분은 결국 경험을 한 가지 밖에 하지 않은거거든요. 그 한가지 경험으로 상대 비교를 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예컨대, 보형물로 재건한 환자가 보형물 재건이 너무 좋아요. 자가 지방보다 더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없는거죠. 자가 지방을 하는 걸 본적이 없으니까요. 경험도 없고. 반대로 보형물 재건은 좋지 않아요. 자가 재건을 하세요 라는 말도 틀린 말이죠. 치료를 받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는 건 좋지만, 절대로 맹신해선 안 됩니다. 뭐가 더 좋다는데 하는 선택은 옳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의사로서 기준과 원칙이 확실한 사람이다.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치료 계획을 세운 뒤 철두철미하게 이를 추진한다. 그러니 가끔은 아주 무서운 의사로 통한다.

 

반면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한 설명도 이 교수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심적으로 힘든 환자들을 위해 시간을 배려하다보니 외래상담 시간이 20~30분은 족히 걸릴 정도다.

 

"유방 환자 대부분이 유방성형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항이거든요. 그러니까 유방을 떼고 나면 이렇게 될 건데 어떻게 할거냐 하면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죠. 그런 면에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입니다. 특히 보호자의 조언이 들어갈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가족들의 서포트가 매우 중요한 위암이나 췌장암 등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환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유방외과는 암치료를 받는 게 목적이니까 그곳에서 물어보기 어려운 것들을 이 교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까지 집도한 유방재건술만 해도 600례에 달하고, 이외에 각종 외상 후 재건 등 수없이 많은 수술에도 성공한 훌륭한 명의다. 게다가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고 가족처럼 대하는 훈훈한 마음이 아름다운, 진정한 의사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유방암으로 인한 재건술 전후 주의점


유방암의 완전 절제와 임파선 절제술의 경우 임파선이 붓는 임파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는데,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약 15% 정도가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임파부종인 발생한다.

 

임파부종을 예방하고 어깨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술 후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데, 과도한 체중부하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고 스트레칭이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수술 전 확인되지 않은 종류의 약물은 중단하는 것이 좋고 금연해야 한다. 수술 후 감각은 떨어지지 때문에 찜질 등은 화상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복부의 수술력, 가슴의 수술력에 대해 상세하게 의료진과 얘기한다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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