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지명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나리'가 미국 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결정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나리'의 감독인) 리 아이작 정은 미국인이고 이 영화는 미국에서 촬영됐으며, 미국 회사가 자금을 지원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이민자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나리와 같은 미국 영화를 단순히 한국 대화의 양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는 구식 규칙을 계속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HFPA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후보를 선정했다.
NYT는 또 미나리 출연진이 후보 지명이 안된 것과 관련해서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도 언급했다.
'미나리'의 출연 배우 중 윤여정은 최근까지 미국 비평가 시상식 등에서 20관왕을 기록하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이번 골든글로브에서도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혔지만,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도 이같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인사이더는 4일(현지시간) "미나리는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왜 최고의 작품상에 오르지 못했는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HFPA의 이번 결정을 더욱 혼란스런게 하는 것은, 과거 비영어권 영화인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이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었기 때문"이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또 퓰리처상 수상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옌(Viet Thanh Nguyen)은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나리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에 관한 것인데, 그것이 외국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외국 네티즌들 역시 HFPA의 결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fra****은 "HFPA의 결정은 올해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다"고 썼으며, are****는 "미나리가 외국 영화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은 HFPA가 얼마나 구시대적인지를 보여주는 것", thv****는 "한국 대사가 70% 이상이지만 명백한 미국 영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 아칸소주(州)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나리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봉 감독의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수상 이후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바 있어 미나리 역시 이러한 전례를 따라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경기신문 = 이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