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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들인 선진방역형 동물복지농장도 피해가지 못한 AI 예방적 살처분

수십억 들인 AI 방역 설비에도 위해 요소로 살처분 결정
경기도 가축방역심의위원회는 '살처분 제외' 판단 내려

 

경기도와 기초지자체가 연간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AI(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설비를 구축한 농장도 살처분을 피하진 못했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2017년부터 매년 대규모 산란계농장을 선정해 선진방역형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해왔다. 밀폐형 출입차량세척·소독시설, 축사외부 이동형 소독방제시설 등을 시스템을 갖추고 AI 등 질병 유입을 방지하겠다는 목표였다.

 

해당 사업은 도와 시·군이 각각 사업비의 30%씩, 농가가 40%를 부담해 마련됐다. 사업이 시행된 첫 해 경기도의 사업비는 60억 원이었지만, 산란계 농자들이 계란 단가 하락으로 2018년부터 30억 원씩 사업비 규모를 줄였다.

 

 

현재까지 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총 25여 곳이다. 일부 농장들의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당초 기획과 달리 완전히 시설을 갖추지 못했고, 7곳은 AI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완벽하게 방역차단 시설을 갖추고 AI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살처분을 막지 못한 경우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에 위치한 ‘청려원’ 농장은 해당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지난 2018년부터 2년에 걸쳐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 발효건조계분창고, 가축창고 등을 짓고 사육시설을 뒤집어가며 사람·생산품·사료·계분·달걀 유통까지 이동 동선을 철저히 구분하는 등 당초 기획에 충실하게 방역설비를 갖췄다.

 

김영석 청려원 대표는 2년간 방역설비만 23억원을 투자했고, 방역 비용으로만 연 3억원을 썼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직선거리 2.7km에 있는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서 SOP에 따라 ‘음성’ 판정을 받은 16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할 상황에 놓였다.

 

경기도는 가축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해당 농장이 방역 시설과 여건이 좋다고 보고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철새 도래지가 가깝고 하우스형 시설인 데다, 인근 비료공장이 있어 여건이 좋지 않다는 등 방역상 위험 요소가 있다며 살처분을 해야 한다며 의견을 뒤집었다.

 

농장 측은 살처분을 거부했으나 10km 이내의 농장에서는 모든 입· 출입이 금지되면서, 인근 농장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결국 지난달 29일 살처분에 동의했다.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이 와서 우리가 갖춘 방역 설비를 한번 확인하지도 않고, 인근 위해 시설만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무조건 직선거리 안에 있으면 다 살처분한다면 왜 수십억씩 들여 차단 방역 설비를 갖추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살처분 이후 보상 문제도 김 대표를 괴롭히고 있다. 살처분 산란계의 경우 잔존 가치를 따지는데, 중병아리의 경우 국내에서 AI 최초 발생 1개월 전 시세만 따져 보상한다.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보상비로 적자를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경기도청 방역과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니 따라야 하긴 하겠지만 방역 여건과 시설을 따져 지방가축방역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인데 너무 쉽게 뒤집어버린 상황”이라며 “청려원은 당초 기획에 가장 충실하게 방역 시설을 갖춘 몇 안되는 농장이라 더 안타까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란계 농가들은 현재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가 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날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에서 1km 이내로 줄였으나, 일괄적으로 방역 직선거리에 따라 살처분하는 지금의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용인시 내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다행히 우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장 닭을 공급하는 농장들에게서 수급이 끊긴 상황이다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발생 농장 반경내에 들어왔다고 해서 주기적으로 2주간 방역당국의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해보고, 음성이 나온 농장들은 놔둬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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