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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구휼

 

 

 

 

시의적절한 우화 하나. 
"장자가 쌀독이 비어 말단관리인 친구에게 쌀  한 됫박을 얻으러 갔다. 친구가 말하기를, '걱정말어. 추수 끝나면 쌀 몇 가마니를 줄테니까.' 장자가 대꾸했다. '이 동네 오는 길에 뒤에서 누가 부르길래 고개 돌려 자세히 살펴봤지. 수레바퀴 패인 자국에 빗물이 조금 고였는데 거기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헐떡거리며 날 부른 거였어. 왠 일인가 물었지.' 


'내 황해바다 용궁의 사신이오. 어찌어찌 하다가 이꼴 났으니 물 한  바가지만 속히 부어주오.' 내가 말했네. '걱정하지 마. 내가 황제를 설득해서 황해의 물줄기를 이쪽으로 끌어올테니...' 물고기는 눈 크게 뜨고 핏대를 올리며 나에게 온갖 저주를 다 퍼부었어. 지금쯤 죽었을 거네."

 

코로나19로 인하여 쌀독 비는 집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강적이다. 생업이 날로 위축되는 바람에 민초들은 지금 몹시 위태롭다. 특히나 제도의 사각지대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독거 노인들, 미혼모 등 소외계층, 부당한 계약으로 사실상 노예신분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존재의 위기로 몰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물 한 바가지'와 '쌀 한 됫박'을 놓고 정쟁을 멈추지 않는다. 이에 여야의 차이가 없다. 모두가 정치공학의 계산기만 두들긴다. 우리 정치는 오랫 동안 모기 보고 칼을 뽑거나(見蚊拔劍),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들이대는(牛刀割鷄) 자들의 해괴망측한 무대였다. 지금도 여전히 망언망동을 사명으로 여기는 자들 같다. 저주받은 업종이다. 소수의 예외들이 어렵게 달성하는 성과들도 있다. 그것들 다 합쳐도 도토리 한 바구니일 뿐이다. 겨우 그 소인배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거다. 우리들의 인생은 이렇게 아슬아슬하다. 

 

한편, 세계는 대전환기다. 미국 패권은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한다. 일본은 가라앉고 대한민국이 일어난다. 우리는 질적으로 최고의 나라가 될 수도 있는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그 목표에 걸맞는 크고 유능한 리더가 나타나기를 하늘에 빈다. BTS와 봉준호가 견인하는 한류문화의 세계화값은 수치화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에 이어  흙수저 출신으로서, IT산업의 기린아가 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 민족 의장 부부가 국격을 감동적으로 드높였다. 그들이 내놓은 돈은 각각 5조원과 5500억원이나 된다. 이에 비하여, 2019년 기준, 20대 기업집단의 매출총액은 1340조원으로 카카오그룹의 330배, '배민'의 2600배다. 20대그룹의 기부총액은 6000억원이 안된다.

 

유권자이며 소비자인 거대 인구집단이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했다. 이 특별한 시기에 한 때는 王으로 불렀던 계층을 위한 구휼이다. 당정청 책임자들이 미어지는 가슴으로 이 일을 정성껏 처리하길 바란다. 그러면 흡족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저열한 과거를 묻지 않는다. 품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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