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국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입증했다. 개봉 전부터 집중된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나리’는 개봉 당일인 3일 하루 동안 관객 4만731명을 동원했다. 국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누적 관객수는 4만1740명이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낯선 미국 아칸소로 이민을 떠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과 배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했다.
영화 속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콥(스티븐 연)은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가지고 아내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를 데리고 아칸소로 이주한다.
아직 어리고 심장이 좋지 않은 손자를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온다.
제목과 내용에 담긴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메시지처럼, 낯선 환경에서 갈등하다가도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메시지가 통한 걸까?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미국드라마), 관객상을 시작으로 샌디에이고비평가협회 각본상, 덴버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을 휩쓸며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영화를 본 국내 관객들은 온라인상에서 “어려운 시대를 담담히 풀어나간 것 같아요”, “가족의 힘이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영화”, “낯선 땅에서 가진 희망 그 속의 가족 간 갈등과 사랑”, “삶이 알 수 없구나 싶으면서도 내내 여운이 남아요” 등의 소감을 남겼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4일 오후 3시 12분 기준, ‘미나리’의 실시간 예매율은 32.4%(3만1274명)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예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니카 고마워”라며 팬들에게 개봉 기념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인 플랜B가 제작했고, 정이삭 감독과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이 공동제작자로 나섰다. 배급사 판씨네마 측은 “4일자로 ‘미나리’가 77관왕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제작스토리를 공개하고 “한국말이 서툰 스티븐 연이 부담을 느낄 때마다 윤여정과 한예리가 용기를 주며 대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배우들이 직접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고 수정을 거쳐 함께 영화를 완성했다”며 배우들의 돈독한 유대감이 한 몫 했음을 전한 바 있다.
‘미나리’에서 엄마로 분한 윤여정은 보스턴비평가협회, 미국여성영화기자협회, 콜럼버스비평가협회, 골든리스트시상식 등에서 여우조연상 28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우리 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긴 기분이다. 정이삭 감독이 너무 멋있는 주장이었고, 다시 한 번 시합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골든 글로브의 규정상 대사 중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한때 아쉬운 지적도 있었다. 전 세계를 휩쓴 ‘미나리’가 국내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는 4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OSCAR)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