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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수 맥간공예 장인 “활동하는 날까지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날까지 수원시가 자매도시를 맺은 나라 등 해외에 관심 가지고 맥간공예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1977년 19살이 되던 해 경북 청도의 사찰 동문사에서 생활하던 청년 이상수는 마을 어른들이 보릿대를 이용해 모자나 반짇고리를 만드는 일을 떠올리며, 잘 썩지 않는 보릿대를 이용해 순수예술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여러 개의 보릿대를 얇게 펴서 원단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자연의 질감이 살아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고유의 전통 공예 기법인 맥간공예. 어느덧 40년 넘는 세월동안 맥간공예를 해온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은 쉴 때도 디자인을 생각한다며 진정한 장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맥간공예연구원을 찾아가니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루마니아 국장을 비롯한 호랑이, 무궁화, 독수리 등 맥간공예 작품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장인의 40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들과 언론 인터뷰 기사들은 이 원장의 아우라를 증명하는 듯했다.

 

맥간공예 작품들을 감상하던 중 유독 반짝반짝 빛나고 조명의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두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이상수 원장은 눈썰미가 좋다며 웃었고, 조명을 이리저리 비춰 무지갯빛 필름지(레인보우)를 이용한 장식판 기술의 매력을 소개했다.

 

이어 이상수 원장은 “40년 세월이 흘렀는데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해외에 맥간공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목표를 전했다.

 

 

그는 “우리 어릴 적에는 그림 그리는 미술시간 말고 만들기 하는 공작시간이 있었다. 개울가에서 진흙을 가져다 만들기도 하고 연필도 직접 깎아서 썼는데 지금 아이들은 만들기와 멀어지는 것 같다”면서 “지금 제일 어린 제자가 30대 중반이다. 맥간공예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수공예의 침체기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 원장이 해외에 맥간공예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이유였다.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면 기술을 직접 전수해 서로 상생하며 맥간공예가 끊이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책임감이었다.

 

수원시와 수원시국제교류센터의 후원으로 러시아와 독일, 중국, 루마니아를 방문해 맥간공예를 알리게 된 맥간공예연구원. 맥간공예를 전수해주면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인지 먼저 생각해봤다는 이상수 원장은 수공예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분위기에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러시아는 추운 지방이고 보리를 안심다보니 환경 자체가 맞지 않았다. 보릿대를 쓰려면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베어야 하는데 독일은 보리를 심기는 하지만 인건비가 비싸다. 그래도 장인이 만든 수공예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깨달은 것은 ‘유럽이구나’였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시에서 개최한 ‘수원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한 이상수 원장은 수십 개의 수공예 부스에서 만난 사람들,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하며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기를 하는 문화를 보고 잠재력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 맥간공예의 멋에 반한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시와 논의해 기술을 전수하고 전통문화대학 공예학과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계획까지 세웠으나 지난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정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상생이라는 것은 서로 좋은 조건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제공해주고 내가 얻는 것은 루마니아에 전수해주므로 인해 유럽에 맥간공예가 홍보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꼭 하지 않아도 먼 훗날 루마니아에서 살아있다면 그게 중요한 것이다. 대한민국 수원시에서 최초라는 걸 알리고 싶다.”

 

연구원 벽에 걸려있는 루마니아 국장 작품은 언젠가 다시 만날 약속인 것처럼 보였다. 디자인부터 마무리까지 3개월간 작품에 열을 쏟았다는 이 원장은 “작년이 루마니아 수교 30주년이어서 미리 초청 약속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 예약이 취소됐다. 나라의 얼굴인 작품이기 때문에 내년이라도 직접 가서 드리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상수 원장은 “예나 지금이나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무를 심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고, 마음을 다스리고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며 코로나가 끝나고 활동할 날을 대비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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