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미얀마 권력을 장악한 군부와 이들의 쿠데타를 반대하며 길거리에 나선 시위자들이 현재까지 600명 넘게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군부쿠데타에 맞선 민주시민들을 응원하는 예술계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 갤러리 나무아트에서는 생명평화 미술행동의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Myanmar2021, Gwangju 1980(미얀마2021, 광주 1980)’이라는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실제 광주출신 작가들은 1980년대 광주의 모습과 닮은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15일 서울시 용산구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선 교민들과 함께 군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생명평화 미술행동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자리이다.
‘여기서 끝내지 말고 제대로 전시를 해보자’고 결정한 작가들과 전시가 열리는 이곳 나무아트 갤러리 주인인 김진하 작가의 뜻이 모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재동 화백은 “우리 광주의 모습과 너무 같기 때문에 아픔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관심이 가는 것”이라며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나라, 전 세계가 하나라는 시민의식이 일어나야하고, 정부뿐 아니라 시민,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생명평화 미술행동 작가들은 당시 “미얀마2021은 광주1980이다. 40여년 전 1980년 5월 광주에서 저지른 한국의 군부독재 학살행위를 2021년 미얀마의 군사정권은 판에 박은 듯 똑같이 학살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5월의 광주가 승리했듯이 오늘 미얀마의 민중들도 기어코 승리할 것이다. 우리 미술행동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미얀마의 군부독재가 물러날 것을 외쳤다.
이번 전시에는 박재동 화백을 비롯해 곽영화, 고근호, 권성연, 김자영, 김수빈, 김준현, 김진하, 김화순, 김환영, 나윤상, 남궁윤, 다솔, 레오다브, 박건, 박경효, 박미화, 박성우, 박태규 작가가 참여했다.
또 서수경, 서진선, 서혜경, 성효숙, 이선일, 이소담, 이현정, 이효복, 이홍원, 임의진, 조덕희, 주라영, 주완수, 주홍, 전정호, 전혜옥, 정정엽, 천현노, 헥스터, 홍성민, 홍성담, 홍세현, Pyaesone aung 등 총 42명이 미얀마 민주화를 희망하는 바람을 전했다.
박건 작가는 이 전시회에 퍼포먼스 때 입었던 빨간 망토를 내걸었다. ‘Everything will be OK(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라고 적힌 망토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박 작가는 태권소녀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3월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가 군부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19살 소녀, 치알신(Ma Kyal Sin)이라고 불리는 그가 입고 있던 옷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페이스북에 혈액형과 연락처를 남겨놨던 치알신은 죽음까지 각오했던 모양이다.
박건 작가는 “군사쿠데타라는 게 권력을 위해서 선량한 시민들을 무고하게 학살하는 것 아닌가. 이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두고볼수도 없는 일이다”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들에게 누군가 보고 있고,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함께 있고 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면서 “작가들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자발적으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막을 올린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 ‘Myanmar2021, Gwangju 1980’ 전시는 13일까지 나무아트에서 진행되며, 15일부터 29일까지 안성시 안성맞춤 아트홀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박재동 화백과 박건 작가는 “동참하고 싶다는 작가나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진다”면서 누구나 작품과 작품사진을 보내온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