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가질 기회가 없었는데, 경기필에서 마련해 주고 싶었어요. 관객과 연주자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네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마시모 자네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신진 피아니스트 5명과 함께 꾸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 시리즈 ‘Five for Five’ 무대를 앞둔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19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만난 마시모 자네티는 “시작 전부터 젊은 아티스트, 솔로이스트들과 하는 무대를 꿈꿨다. 전에 했던 돈조반니처럼 한국의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기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 ‘Five for Five’ 무대를 오는 24일부터 내달 8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시리즈당 2회씩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24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 이어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 피아니스트 선율, 정지원이 협연한다.
5월 1일과 2일에는 각각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고양아람누리 콘서트홀에서 마시모 자네티와 피아니스트 윤아인, 박재홍이 관객을 맞이한다.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무대는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마시모 자네티는 “한사람이 협주곡 5개를 진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각각이 협주곡을 하나씩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지난해 베토벤 250주년이었는데 코로나로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작품들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 5명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치는 협주곡 제1번은 선율이, 음악적 유희가 돋보이는 협주곡 제2번은 정지원이, 듣기 편안한 구성인 협주곡 제3번은 윤아인이 함께한다.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협주곡 제4번은 박재홍, 베토벤의 최대 역작으로 꼽히는 협주곡 제5번은 임주희가 연주한다.
2000년 전후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 연주자들과 무대를 꾸미는 데 의의가 있다는 마시모 자네티. 그는 음악적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교류를 중시해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자신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작곡 순서에 맞춰 하려고 한다. 사실은 2번이 먼저 작곡됐는데 나중에 출판돼 뒤이어 작곡된 1번이 작품 번호 상 앞으로 가게 됐다. 첫 번째 콘서트에서는 두 협주곡뿐만 아니라 서곡을 집어넣었는데, 이 역시 작곡 순서에 맞춰서 레퍼토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진 피아니스트들의 협연과 더불어 ‘시리즈Ⅰ’에서는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과 ‘코리올란 서곡’을 감상할 수 있다. ‘시리즈Ⅱ’에선 경기필 정하나 악장이 전반부에 베토벤 로망스 1, 2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시리즈Ⅲ’은 화려한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꾸며진다.
마지막 공연에서 교향곡 7번을 선택한 이유에는 힘찬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담겨있었다.
마시모 자네티는 두 번째 공연에서 경기필 정하나 악장과 로망스 1, 2번을 같이 하게 된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하나 악장이 국내 최고의 악장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공연이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는 경기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수원뿐 아니라 성남, 고양 등 경기도 곳곳을 찾아가서 관객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벅찬 설렘을 전하던 마시모 자네티는 “사실 유럽 어디에도 한국처럼 음악을 이어가고 있는 나라가 없다. 너무 감사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인사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