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는 표현은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국회의 소위나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서로를 호칭할 때, 앞에 붙이는 일종의 관용구처럼 쓰인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마음도 상대방 의원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포천시의회 의원과 통화하거나, 얼굴을 보고 대화할 때 항상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는 표현으로 인사를 하고 용건을 시작한다.
혹시라도 개개인의 삶의 행적이나 언행이 전혀 존경스럽지 않다고 가정하더라도,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며, 포천시의원은 포천시민의 선택을 받은 존재다. 그러므로 개인이 아닌 국민과 시민을 대신하는 존재라는 의미의 ‘의원’이라는 직에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다.
지난 21일에서 22일 양 일간 포천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현장 답사를 11군데 사업장으로 다녀왔다. 사정상 11곳 모두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8곳의 사업장을 동행 취재했다.
일부 언론인은 현장답사를 사진 찍고 놀러 다닌다며 현장답사 무용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현장에서는 열정이 넘치고, 배우려 하고,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충분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의원들은 첫날에는 경기 포천 공공산후조리원에 반월아트홀 일방통행로 이외에는 진입로가 따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택시 휴게소에서는 주차면이 협소하여 해결을 위해 각 부서의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둘째 날, 일동양곡창고에서는 무상 임대 10년이 지난 후에 관해서 물었고, 군장병 휴게소에서는 월세가 주변에 비해 비싼 것이 아니냐는 것으로 파고들었다. 소하천 정비 사업 현장에서는 소하천 공사의 예산 문제부터 공사 우선순위까지 세밀하게 묻고 답을 얻었다.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동행하던 시의회 사무과 직원 일부의 산만함이었다. 직급으로는 자신들의 상관인 과장들이 사업을 설명하고 있고, 또 수행하던 의원들이 보고를 듣는 ‘공식적인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웃고 떠들어서 보고자의 목소리가 묻히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 때문에 보고를 듣던 의원 중 누군가 조용히 해 달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되었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이 판단하기에 ‘시의원’ 개개인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공식적인 자리’ 그 자체는 존중하여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현장에 아는 선배 공무원이 나타나자 보고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를 데리고 조용히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가던 다른 공무원과 비교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나는 취재를 위해 한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며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고 인사하며 통화를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