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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천현초 직천분교 '도자기 나라'

의정부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양주 방향으로 1시간 가까이 가다보면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고개 왼편으로는 6878 군부대가 버티고 서 있고, 부대를 끼고 돌아 400여 미터 쯤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서 있는 '도자기 나라'라는 팻말이 초행의 외지인 눈에도 쉽게 들어온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둘러싸인 도자기 나라는 군사지대라는 삭막한 사막에 찬란한 오아시스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도자기 나라는 천현초등학교 직천분교내에 들어선 도자기 체험장이다. 1994년 문을 닫은 학교는 방치되다 1996년 사립유치원, 유치원자연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됐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후 1999년 11월 '도자기 나라'라는 아기자기하고 신선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2천5백여평에 이르는 학교는 우거진 전나무와 플라타너스, 소나무에 둘러싸여 경관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다. 여기에 정적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어릴적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초등학교만의 소품들이 장식돼 있어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학교 외벽은 새롭게 단장해 도자기나라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고 있으며 내부 왼편은 벽을 터 도자기 전시공간과 체험장으로 쓰고 있다. 벽 양측으로 전시된 아기자기한 작품들은 멋스런 전시장 분위기를 낸다. 내부 오른편으로는 초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활용해 강의실로 쓰고 있어 학교 정취가 그대로 되살아난다.
이곳에 새 옷을 입힌 사람은 원장 권경희(46)씨와 부원장격인 양찬모(43)씨다. 고향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부터 일산에서 5년 가까이 도자기체험학습장을 조그맣게 운영해왔다. 학습장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점차 늘자 자연속에서 산체험학습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주로 옮겨오게 됐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권 원장이 도자기나라를 운영하게 된 것은 좀 의외다. 대학 때 전산분야를 전공한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10여년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감히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와 전문적으로 도예에 뛰어들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사표를 내려고 하자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한다는 것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도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있어야죠. 어려서부터 도예를 접하고 그 매력에 끌렸던 터라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거든요”라고 말하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다짐하듯 말한다.
현재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있는 권 원장은 조만간 개인전도 열 생각이란다.
도자기나라에서는 도자체험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학습이 이뤄진다. 봄, 가을 소풍과 단체 체험 활동은 도자기뿐 아니라 인형극 및 레크레이션. 운동회 등 다채로운 행사 진행으로 신나는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 또 봄에는 벼 심기, 가을에는 추수하기, 밤줍기, 고구마 캐기, 겨울에는 썰매타기 등도 함께 해볼 수 있다. 도자기체험과 천연염색을 직접 해보고 자신이 염색한 티셔츠, 손수건 등도 가져갈 수 있다. 여름, 겨울방학의 초. 중. 고 학생의 체험활동은 방학과제물로도 가져갈 수 있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기자가 취재차 들른 날도 평일임에도 일산에서 왔다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모들은 나무 밑 휴식공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고 아이들은 권 원장의 지도에 따라 도자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처음 도자기를 만들어 본다는 상훈이(초등3)는 “생각보다 무척 쉬워요. 친구들에게 가서 자랑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손수 만든 도자기를 내보인다. 아버지 이정근씨도 “아이들이 산 체험 학습을 할 수 있어 여기에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한다.
도자기나라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권 원장은 어림잡아도 수만명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일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단체로 많이 오고 주말엔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특히 가족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죠. 요즘은 아이들뿐 아니라 연인이나 부부, 친구들끼리 찾아오는 어른들도 꽤 많답니다."
복잡하고 인위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찾아들고 싶어하는, 요즘 유행이 일고 있는 웰빙 바람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하루쯤은 복잡한 일상을 떨쳐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하다.

취재 뒷 이야기
파주 오현리 마을은 파주와 양주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휴전선이 가까운 이 마을은 주변이 군부대 시설로 둘러싸인 군사지역이다.
특히 미군부대가 여럿 들어서 있어 저속비행훈련을 하는 미군헬기나 이 지역을 지나가는 미군 차량들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는 오현리 일대에서 미군2사단이 저공 비행훈련을 실시해 이 마을 여러집의 지붕이 날아가는 피해를 입었고, 지난해부터는 미군의 훈련이 크게 늘어나 훈련차량이 자주 마을을 지나다녀 교통사고도 잦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하나 둘 마을을 떠나 현재는 20여가구만이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동네가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은 생각지도 못한다.
마을안으로 들어오는 버스 또한 하루에 2대 뿐이어서 주민들은 교통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마을입구에서 만난 오현1리 김모씨(주부.50)는 "읍내에 장을 보러 가려면 10리 길을 걸어나와 오현리 고개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며 "그러니 교육에 열정을 쏟는 젊은 이들이 이 곳으로 들어오려 하겠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오현리 마을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하루빨리 미군부대가 이곳을 떠나 마을이 보다 살기 좋아지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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