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 결과를 놓고 ㈔한국심리학회와 ㈔상담심리학회 등 파벌 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한국심리학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받아 올해 초 내놓은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 법률 1안(가안)에 담긴 “내담자를 응대하는 ‘심리사’는 심리학을 전공한 면허 소지자여야 한다”라는 대목이다. 현재 각 분야 상담사들은 각 분야 전공 이수와 일정 수련 과정을 거쳐 상담 자격을 갖춘 후 활동하고 있다.
상담심리 분야 관계자들과 상담심리 전공 교수들은 한국심리학회가 낸 법률 1안에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심리서비스 법안의 입법에는 찬성하지만, 심리사 면허 요건을 심리학만을 전공해 학사, 석사, 박사 등 학위를 취득한 이로만 제한했다"라면서 "심리학 외 아동학, 청소년학, 교육학 등 수많은 학문을 기반으로 양성한 심리상담 전문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28일 현재 1500여 명이 넘는 반대 서명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에 반대의견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심리학회는 심리서비스법위원회에서 도출한 법률 1안(가안)에 대한 설명회를 예정대로 다음달 1일 연다고 밝혔다. 학회 측은 “이 자리에서 법률안에 대한 개요와 설명, 몇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오해에 대해 바로잡겠다”라고 했다.
이들 간 분쟁의 핵심은 본안 ‘제7조 심리사 면허’의 내용이다. ‘심리사가 되려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심리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자격을 받아야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여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실무수련을 이수한 사람, 실무수련 기간 및 기타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면허를 부여받을 수 있는 전공을 ‘심리학’으로만 한정한 데에 있다. 심리상담 관련자들은 28일 심리서비스법 입법 반대 성명서를 통해 “이 법령이 그대로 제정되면 현재 상담 현장에서 심리상담 일을 하는 심리상담 전문가 및 수련 중인 학생들 대다수가 심리사 면허증을 받지 못한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국민들과 밀접 접촉해 다양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사, 상담심리사,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를 배제하는 비현실적인 법안”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인규 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전 한국상담학회장)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심리상담 관련 단체들은 국민의 정신건강과 올바른 심리상담 활동을 위해 ‘심리상담사 법안’ 제정 등 논의를 하려고 지난해 내내 한국심리학회와 협의하고자 했으나, 한국심리학회 측은 완강히 거부하며 독자적인 ‘심리사’ 법제화에만 매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갈등을 불러일으킨 연구용역을 ㈔한국심리학회에 맡긴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연구결과는 우리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어 용역 수의계약 등의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심리상담 분야의 자격 관리 제도 및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언급되는 등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