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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대출 지원” 정부기관 사칭 불법대출광고 여전

정부기관 사칭 인터넷 대출 광고 기승부려
SNS·홈페이지 이용해 개인정보 제공 유도
금융감독원 ‘주의’ 경고 내려도 처벌 못해
"대부업법 위반, 공무원 사칭죄 적용 어려워"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틈타 정부·공공 기관을 사칭한 불법대출 광고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직장인 A씨는 인터넷 서핑 도중 한 팝업 광고를 클릭했다. 해당 광고는 ‘근로자를 위한 정부지원자금 채무통합지원’이란 안내를 내걸고 있었다. A씨는 이것이 국가에서 저리로 지원하는 일종의 금융 상품으로 이해했다. 광고 스스로도 ‘근로자통합지원’이라 소개하고 있는 등, 정부기관 같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광고는 일반적인 국가 지원 형태의 금융 상품과 달랐다.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각종 기준 또는 필요 구비서류를 안내하는 것과 달리, 높은 금액에 낮은 이율만 제시하고 성명과 휴대전화번호,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해당 광고는 국가·정부 기관과 이름만 비슷한 별개의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나 금융 당국, 관할 지자체 산하 기관도 아닐뿐더러 금융감독원의 제도권금융회사 또는 등록대부업체에도 검색되지 않는 기업이던 것이다. ‘근로자채무지원’이란 비슷한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공공기관이라 칭하며 대출을 유도하는 SNS 페이지도 버젓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가·정부 기관을 교묘히 사칭해 대출을 유도하는 불법대출광고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더욱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도 앞서 이에 대해 금융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냈을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말 ‘정책자금을 통해 서민대출을 지원한다’며 정부기관을 사칭하고 불법대출을 유도하는 불법대출광고에 대해 소비자 피해 경보를 알리고 이를 ‘주의’ 단계로 지정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안감을 악용해 코로나19 대출상품으로 가장한 휴대폰 문자, 전단지 등 광고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간 금감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상담 건수는 2만922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43.6%나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한 불법대출 스팸 문자도 급증했다.

 

A씨가 본 ‘근로자통합센터’란 이름도 고용노동부의 근로복지기금, 금융위원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명칭이 혼합돼 정부기관이라 인식하게끔 만들어졌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반면 금감원의 경고에도 이 같은 불버대출 광고는 A씨 사례처럼 인터넷 광고를 통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도 소비자 유의사항으로 개인정보나 관련 앱 설치를 요구하는 업체는 대출사기이므로 주의하라고 안내하거나, 금감원에 신고하라고 당부할 뿐, 이 같은 업체들이 어떤 현행법을 따라 처벌받는지 경고하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고 답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발표 이후 추가 발표는 없다.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방심위에 조치를 요청하나 해당 업체들은 스스로를 (직접적인) 대출이 아닌 금융 컨설팅을 한다고 해, 해당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나 처벌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 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자나 알을 하려는 자는 관할 지자체에 공식 등록을 해야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불법대출 광고 업체들을 대부업법 위반으로 처벌하려 해도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법망을 피해 빠져 나가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형법상 국가·정부 기관을 사칭한 ‘공무원 사칭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공무원 사칭죄 성립조건에 만족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무원 사칭죄는 일정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 사칭하고, 그 직권을 행사한 사실이 있어야 적용받는다. 국세청 공무원이라 사칭해 가압류를 하거나, 경찰 공무원이라 사칭해 체포·구금 등 행위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나마 정부는 피해양산을 막고자 지난해 12월 31일 미등록 등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까지 계류돼있는 상태인데다, 정부기관 사칭을 통한 대출 문제란 근본적인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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