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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토벤이 여기에…경기필하모닉과 윤아인·박재홍의 ‘Five for Five’

 

경기아트센터에서 펼쳐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 ‘Five for Five’ 무대는 마시모 자네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말한 그대로였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정하나 악장의 환상의 호흡부터 싱그러움과 열정으로 무대를 수놓은 신진 피아니스트 윤아인, 박재홍의 연주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이끌었다.

 

지난 1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신진 피아니스트들과 협업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 ‘Five for Five Ⅱ’ 공연이 열렸다. 어린자녀들과 관람하러온 가족과 부부, 연인, 친구들이 가정의 달인 5월 첫날 설렘을 안고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체크와 손소독, QR확인(방문자 명부 작성) 진행 후 들어선 대극장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됐으며, 마스크를 쓴 사람 모양의 미니 등신대가 띄어앉기로 인한 빈자리를 채워줬다.

 

2021 경기아트센터 레퍼토리시즌 5월 공연의 포문을 연 이 무대는 정하나 악장의 ‘베토벤 로망스 1번’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됐다.

 

바이올린 레퍼토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알려진 ‘로망스’.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 속, 마치 봄 날씨에 숲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연주가 끝난 뒤 정하나 악장을 바라보는 마시모 자네티는 벅찬듯한 미소를 머금었고, 객석의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피아니스트 윤아인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는 8살 때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로 유학한 이후 12살부터는 ‘살아있는 피아노 전설’이라고 불리는 최고 여류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모스크바국립 음악원 교수에게 추천받아 특별 사사를 받은 독보적인 피아니스트이다.

 

공연에 앞서 경기아트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연주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표현한 윤아인. 이날 피아노 건반을 치면서 곡에 몸을 맡긴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곡에 빠져들게 됐다.

 

베토벤이 남긴 다섯 편의 피아노 협주곡 중 세 번째로 작곡된 이 곡은 유일한 단조 협주곡이다. 베토벤의 강렬한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을 받는데, 폭 넓은 감정과 웅장함을 마시모자네티 지휘와 경기필 단원들 연주에 어우러진 윤아인의 손끝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정하나 악장이 ‘베토벤 로망스 2번’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슬픈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이 곡은 감미로운 선율로 베토벤의 로맨틱한 정서가 물씬 느껴졌다.

 

 

이날 마지막 무대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꾸몄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잠시 긴장을 푸는 듯하더니 그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물 흐르듯 유유자적 연주해냈다.

 

특히 피아노협주곡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곡은 베토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자부심이 높았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매력에 대해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곡이라고 말하던 박재홍의 연주에서 자신감과 열정이 묻어났다.

 

만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국내 콩쿠르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주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그는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독주회를 마친 후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현재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사사하고 있다.

 

 

무대가 끝난 뒤 마시모 자네티 감독과 경기필 단원들, 박재홍을 향한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갈채는 계속 이어졌다. 황홀한 분위기와 음악을 통한 100분 간의 교감, 열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관객들에게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신진 아티스트들에게는 함께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마시모 자네티. 이번 무대는 2000년 전후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 연주자들과 무대를 꾸미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 그의 메시지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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