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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문식 국어학자 “민족정신 담고 있는 말과 글, 바르게 사용해야…”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입니다. 바르게 쓰는 게 쉽지 않지만 내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신경 써야 하는 이유죠.”

 

백문식 국어학자는 ‘말이 곧 품격’이기 때문에 한글과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잔재 단어를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 사람의 정신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말과 글”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말과 글이 흔들리면 민족의 정체성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펴서 우리의 혼을 앗아가려고 한 흑역사가 있기 때문에 특히 일본어는 더욱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연계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어느덧 102주년이 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일제 잔재, 일본어 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상 속 일본어 잔재 표현이 쉽게 쓰이고 있다.

 

 

백문식 선생은 본인이 예를 드는 것 또한 조심스럽다면서 “아직까지 쓰이는 표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노가다라는 표현은 막노동으로, 시마이는 마감으로 바꿔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백 선생은 야매 요리라는 말을 듣고 ‘이거 참 큰일이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유를 묻자 “레시피 없이 자기 나름대로 요리하는 걸 야매 요리라고 한다는데 그걸 듣고 기가막혔다. 야매는 어둡다는 의미, 무허가 시설이라던가 무면허 업자들이 정상적인 자격이나 정체 없이 뒷거래로 하는 것을 말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야매 요리라는 표현으로 변형시켜서 쓰는 것을 보고 없어져야 할 말이 다른 의미로 되살아나는구나 싶었다”고 답했다.

 

시대가 변하고,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려면 전문용어인 외래어는 쓸 수밖에 없지만 일본어 잔재 표현 사용은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 국어교육 학사과정을 마친 뒤 같은 대학 대학원 석사를 지낸 백문식 국어학자는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를 비롯해 ‘우리말 표준발음 연습’, ‘알기 쉬운 대한민국 헌법’, ‘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 나의 우리말 실력은’ 등을 펴냈다.

 

 

우리말 연구에 매진해 온 백 선생은 “한글은 참 철학적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에 담겨있는 정신은 철학적이고 실용적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가장 과학적으로 꼽는 글이 말과 글이 일치되는 한글”이라며 그 소중한 가치와 매력을 읊었다.

 

그는 일본어 잔재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인지, 외국어인지, 외래어인지 가리는 능력이 없다면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말을 적재적소에 써야 하는데 상대방이 듣고 이해하는데 혼란을 준다면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아니지 않겠나. 말은 정신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우리 것을 지켜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또한 ‘2021 문화독립 만세운동 프로젝트’처럼 일본어 잔재 청산 캠페인이 국민적으로 뻗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선생은 “그동안 국립국어원 등 우리말과 관련된 단체들이 노력을 해왔지만 현장에서 눈에 띄게 변화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자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론과 현장이 따로따로가 아닌 시민의식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1 문화독립 만세운동’은 (사)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회장 김태섭)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일본 잔재 단어 청산과 순화를 통해 우리말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이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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