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천군은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접경지역이다. 지역 곳곳에 눈에 띄는 '좋은 사람들의 평화도시-HI러브 연천'이라는 슬로건이 말해 주듯 한탄강(H)과 임진강(I)이 빚어낸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청정지역이다. 이 두 강은 연천군 도감포라는 곳에서 합쳐져 한강 본류를 향해 남하하며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흐르는 듯 하다.
■ 역사를 관통하는 한반도의 중심지
1945년에 38선이 그어지면서 북한에 대부분이 넘어갔지만, 6.25 전쟁 휴전 이후 연천군의 대부분을 수복하는 등 역사적 부침의 지역이기도 하다.
‘연천’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삼국시대 고구려의 공목달현(功木達縣)이 있었으며, 신라가 지배하던 때 경덕왕의 전국 지명 한화 정책 때 공성현(功城縣)으로 고쳤다. 고려시대에는 장주(獐州)였다가 충선왕 때 연주(漣州)로 고쳤으며, 조선 태종 때 연천(漣川)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다.
연천군은 한반도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으며 현재도 그러하다.
아시아 지역에선 유일하며 세계 고고학계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선시시대 아슐리안 문화가 존재했고,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토 점령과 세력 확장의 중요한 각축장이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선사시대로부터 고대, 그리고 삼국시대는 물론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일진일퇴의 격렬한 6.25 전투 격전지 등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증명하듯 수많은 유적과 흔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학생이면 누구나 역사 시간에 배우는 전곡리 선사유적은 1979년 우리나라에 주둔 했던 그렉보웬이라는 미국의 한 병사에 의해 약 30만년 전의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고고학 역사상 그간의 정설을 뒤 흔드는 중요한 사건으로 이후 고고학사 연구의 중심이 되었음은 물론 연천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매년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를 개최하여 이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선사문화형 축제가 됐다.

연천지역은 남한 지역에서는 극히 드문 고구려 관련 유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국사책에 나오는 고구려의 남진 정책의 산물로써 백제, 신라와의 격전이 일어났던 곳이 바로 임진강, 한탄강 유역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선사시대 전곡리 유적에서도 고구려 관련 목책이 발견될 만큼 삼국시대 관련 유적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삼국시대의 관방 유적(국경의 방비를 위하여 설치한 진이나 영, 보, 책 등 군사적 목적의 시설)이 많이 있으나 아직도 미발굴된 유적이 군사분계선 안쪽에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지역의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으로는 호로고루, 은대리성, 당포성 등 이른바 고구려 3대성이 연천에 있고, 그 외에도 신답리 고분군, 삼곶리 돌무덤지, 학곡리 적성총 등은 물론 양원리 고인돌 및 차탄리 고인돌 등 청동기 시대 유적도 상당히 분포하고 있다.
■ 큰 그림, 미래를 꿈꾸는 연천
최근 몇 년간 연천군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다. 첫번째는 청정자연생태를 기반으로 연천군의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발돋움 할 '세계유산도시 유네스코 2관왕 달성'이 그것이다.
2019년 임진강 일대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유네스코 제209차 집행이사회에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앞서 2018년 민선7기 들어서 연천지역을 대표하는 두 강인 한탄강의 머리글자 'H'와 임진강의 머리글자 'I'를 모티브로 연천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 'HIレ연천' 슬로건이 그 목표대로 결실을 맺게 됐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고 효율적인 자연생태 보전과 현명한활용을 위한 큰 그림인 '그랜드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연천군에서는 임진강과 한탄강을 중심으로 생태공원 조성, 관광인프라 구축,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탐방길, 지오 카약 등 콘텐츠도 구축하고 있다.
김광철 연천군수는 “나는 우리 지역의 10년의 변화를 위해 일하지만 이후 10년, 또 다음의 미래세대 10년을 보며 정책 방향을 올바로 세우고 그 기반을 닦아 놓고 싶다”며 “그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라며 소신을 밝혔다.
두 번째로 역사와 문화관광 도시로의 변모이다. 앞서 언급한 호로고루, 은대리성, 당포성 등 고구려 3대성 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종합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3대성 모두 주변 자연경관이 빼어나지만 이 중 연천군 장남면 임진강변에 우뚝 선 호로고루는 우리나라 수변 경관 중에서도 계절별로 그 풍광이 장관이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으로 관람객의 입장을 금지하는 상황에서도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으며, 당시 수많은 사진 작가들이 찾아오고 젊은층 SNS상에는 가봐야 할 곳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연천군에서 호로고루성 복원정비는 물론 잔디광장 조성, 주차장 확보 등 방문객 유입을 위한 종합정비사업을 추진 결과로써 현재는 성 주변 문화재구역 조정을 거쳐 토지매입과 전시관 건립, 진입로 확장개설, 방문객 편의 시설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사업비는 총 500억 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연천군에서는 문화관광 도시성장사업으로 역사문화자원, 자연경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 구축, 관광 자원화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연천군은 향후 5년간 컨텐츠 개발과 기반조성 등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재인폭포 공원화 사업은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작년부터 많은 인파가 찾아오고 있어 앞으로 문화관광 도시로 어떤 변모가 있을지 기대감도 크다.

현재 연천군은 자족도시로서의 변화를 위한 BIX은통산업단지 조성사업, 광역교통망인 경원선 전철 연장사업, 도시재생 정주환경개선사업 등 변화를 위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그간 접경지로, 또 접근성이 낮은 경기도 최북단의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한 지역이었으나 최근의 변화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김광철 연천군수는 "변화는 우리 스스로 역경에 도전하고 창의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여건이 힘들다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환경이 어려울수록 지역 발전을 위한 더욱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경기신문 = 김항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