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이 여권 경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밝힌 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불가론'을 들고 나와 반격에 나섰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역주의 조장'이라며 맞받아쳤다.
영호남 지역주의 갈등이 폭발한 것. 이런 논란이 향후 표심과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봤을 때,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홀대론'이 부각될 경우 당 내 선거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할 때 호남 인물의 중용에 반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점이 전당대회의 큰 변수로 작용했다.
문 후보가 완승을 거둘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 결과는 45.3%를 득표해 박지원 후보(41.78%%)에 신승을 거뒀다.
전대 후 호남홀대론은 태풍급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대표가 세력화한 국민의당에 23석을 주며 '녹색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민주당 권리당원 비중이 높은 호남은 선거마다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남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긴다'라고 보는 것이다.
이번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발언'도 후폭풍이 상당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상황과 맥락을 봤을 때 호남불가론으로 볼 수 없고 당내 경선이 중요한 시점에서 호남 민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기엔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이낙연 후보가 굉장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해당 인터뷰 내용이 문제가 되니까 이낙연 등 후보를 공격하면서 '문제 없다'는 식으로 애기하고 있는데, 생떼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수했으면 실수했다고 사과를 해야 했다. 대처 방안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 경기신문 =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