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이 안산 가족협의회로 옮겨지고, 추모 기념물 등 내부 물품은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협의회)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추모공간인 세월호 기억공간 앞 기자회견을 통해 “기억공간 건물과 자제는 해체한 이후 안산 가족협의회로 옮기고, 내부 물품들은 서울시의회에 이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따른 기억공간 철거에 앞서 서울시와 협의가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공사를 위한 철거는 당연히 협조해야 하지만, 기억공간은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재존치 돼야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사가 끝난 뒤, 어떻게 민주주의와 촛불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유가족 측은 ▲기억공간 위치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 ▲공사 기간 동안 기억공간 임시 이전 공간 마련 등을 서울시에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의회 공간 일부를 추모공간으로 활용하자 제안했고,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유가족 측은 자체 회의를 거쳐 이 같은 주장을 수용했다.
이들은 기억공간은 세월호 유족만의 공간이 아닌, 광장의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억공간 해체 이후 안산으로 완전히 이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현 위치에 기억공간 존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단원고 2학년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물론 이 광장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 역사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에 협의를 요청했다”면서 “기억공간은 건축사, 시공사, 시민들 함께 만든 건물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유가족 측이 기억공간 철거에 협의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사와 연계해 철거하겠다고 합의한 한 적이 없다. 당시 시장의 지시도 없었고 공사 시작 이후(철거를) 약속했다고 하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 “당시 약속했던 것은 공사가 끝난 이후 어떤 형태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 측은 또 서울시의회를 신뢰해 1층 전시관으로 임시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의회가 정치적 공방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 열망을 담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노력을 할 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억공간 안에 있는 물품을 직접 포장해 옮기기 시작했다. 물품들은 준비한 차량을 이용해 서울시의회로 옮겨질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