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온 길, 삶의 마디마디를 정리한 책입니다.”

진길장 시인은 시집 ‘연지골 편지’에 자신의 3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일 출간된 이 책은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온 30년간의 작품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세 번 바뀔동안의 여정이니 얼마나 많은 추억과 삶의 지혜, 감정들이 담겼겠는가.

진길장 시인은 “대략 1990년대부터 문학 활동을 하면서 여러 문학지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했다”며 “삶을 되돌아보며 글을 추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내가 살아온 길이 거기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이 한 사람의 궤적을 돌아보는 내용이라고 덧붙인 그는 “실은 너무 늦은 첫 시집”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시집 제목인 연지골은 시인의 직장이 있는 곳의 지명이다. ‘연지골 편지’는 90년대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써내려간 현실 참여적인 작품부터 30여 년간 특수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함께해온 장애아들과의 삶과 사랑이 담긴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보고 느낀대로 썼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을테고, 살면서 더 생각이 나는 법”이라며 “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학교생활이 삶의 전부였다고 말하는 진길장 시인은 “연작시 ‘연지골 편지’는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고른다면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인 ‘연지골 편지6’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화 물결이 절정이던 1980~1990년대, 청춘이었던 진 시인은 ‘문학은 시대 상황과 삶의 현장 속에 밀착돼 있어야 하며 역사에 발언하고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과 뜻을 모아 경기민족문학협의회를 결성했다. 그가 시를 쓰게 된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부터는 삶의 근간이 된 경기도 오산에서 문학 단체 활동을 시작, 지역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인생의 선배들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들을 찾아 조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더불어 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 고장의 역사 문화유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신도시 개발로 사라져 가는 마을들의 원형을 찾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열심히 살자’, ‘즐겁게 살자’가 인생 좌우명이라는 진길장 시인은 앞으로의 꿈에 대해 “수필을 쓰고 싶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모으는 작업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학교 교직 생활 30년간 장애인식 개선에 대해 말해왔는데, 인식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사회에 편견은 남아있다. 각자의 삶에서 편견을 버린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가감없이 담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라고 인사를 남겼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