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센터) 소속 故 이승현(54) 시설관리주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실시된 민원조정위원회(조정위)가 졸속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성교육지원청이 이 주무관에게 조정위 개최일을 전날 통지한 데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결론을 당사자에게 뒤늦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절차와 형식상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안성교육지원청은 이 주무관과 그가 따돌림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센터 직원 3명 등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7일 조정위를 열고 조사 당일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주무관은 조정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9월16일 오후 출석 요구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 동료 직원에게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9월 16일) 퇴근시간 이후 고인이 참고인으로 나와달라고 했는데, (조정위가) 너무 갑작스레 열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조정위에서도 위원들은 ‘자유롭게 의견 진술하라’고만 질문했다”고 말했다.
조정위에 출석한 또 다른 직원은 “질문을 하나만 하는 조정위는 처음 봤다”며 “직장 내 따돌림과 관련해 (조정위에서) 구체적으로 질의를 받은 게 없었고, 참고인들이 한 차례씩 설명하고 끝났다”고 했다.
이 주무관의 유가족 측은 이번 조정위의 절차와 형식 등이 모두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측은 “문제에 심각성을 갖지 않고 면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조사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정위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조정위 진행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보통 조정위의 경우 항의와 인사 등 여러 민원을 다루는 것”이라면서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다른 프로세스에서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2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114가 나선 격”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교육부에서 나서 지자체별 갑질 근절대책 이행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법인 산재 조창연 노무사는 “(조정위 통보를) 하루 전에 한다는 것은 위반 사유로 보인다”며 “이와 유사한 성격의 징계위도 늦어도 7일 전 통보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들은 조정위 결과가 조사 당일 나온 것도 석연치 않다고 했다. 민원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초 안성교육지원청은 조정위 결과를 곧바로 이 주무관에게 통지했다고 밝혔으나, 취재가 진행되자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조사 당일 결과가 나온 뒤 내부 결제를 거쳐 (고인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9월 28일 국민신문고 형식으로 통보했다”며 기존 주장을 뒤집었다.
조사 당일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이 주무관의 탄원 이후) 8~9월간 사전조사를 했기 때문에 빨리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실제 장소에서 진행하는 실지 감사 등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