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들지만, 당분간 마스크 착용은 지속할 것 같다. ‘위드코로나’ 속에서 ‘노 마스크’를 선택한 영국은 일일 확진자가 5만명을 넘겼고, 마스크 착용과 백신 패스를 고집한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신규 감염자 상승세는 안정적인 방역 상황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화성시에 있는 ‘에쓰엠테크’는 항코로나바이러스 마스크 양산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세대와 영남대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아 1년간 준비한 끝에 인체에 무해하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마스크를 만들어냈다. 임병갑‧문오기 에쓰엠테크 대표와 변정훈 영남대 교수를 만나 마스크 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Q. 나노 크기의 건조염을 마스크 표면에 부착시켰다고 하는데 숨쉬기에 불편해지지는 않나.
공기 투과율을 학술적으로는 압력 강하라고 한다. 공기가 흘러가다가 마스크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늦어지면서 압력이 떨어지는 걸 뜻한다. 나노건염을 도포해 만든 항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의 경우 압력강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입자)여과율은 94%에 달한다.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물질을 찾아야 했다. 바이러스를 억제하면서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일반 마스크가 가진 필터의 투과율이나 입자 차단 기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압력강하를 높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변 교수는 특히 일상적으로 오랫동안 착용하는 마스크에 도포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외시켰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하다고 인정한 성분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를 활용하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높은 농도의 건조염 용액을 고온 미스트 형태로 부착시키는, 스프레이-확산건조 기법을 통해 마스크 필터의 기능을 살리면서 바이러스를 막는 마스크를 만들어냈다.
Q.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조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건조염을 나노 크기만큼 작게 만들어서 섬유에 부착시켜주는 게 핵심 기술이다. 수백나노미터 정도로 작고 각설탕처럼 네모난 입자가 분포되어 있다. 먼저 바이러스 입장에선 경차 정도의 소금 덩어리가 있는 셈인데 부딪혀 충돌시켜 죽는 매커니즘이 있다.
또 사람이 숨을 쉴 때마다 나오는 습기를 건염이 머금게 되면서, 바이러스에 딱 붙어 삼투압 작용으로 세포막을 손상시킨다. 마지막으로 건염에 들어가있는 염화이온에 노출되면서 바이러스가 죽게 되기도 한다.
건염이라고 해도 하루에 섭취하는 염의 양에 비해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의 극미량으로, 10-5mg이라 맛을 느끼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임 대표는 "마스크에서 짠맛이 나느냐고도 해서 직접 맛을 본 적도 있다. 느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웃기도 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휴먼코로나바이러스(H-COVID)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실험한 끝에 95% 이상 비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Q. 일반 소비자들이 활용하기에 접근성이 높아야 할 것 같은데, 가격과 양산 효율이 궁금하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마스크 가격에서 크게 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가)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인데다가 마스크 생산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사출물에 분무, 코팅하는 기계를 전문으로 제조해오던 기업이라 원래 갖고 있는 기술이 있었다.
경쟁력 있는 마스크를 만들고자 고민하다가 마스크 설비를 만드는 글로벌테크, 변 교수를 만나게 됐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친 끝에 분당 항바이러스마스크를 150매를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는 다 마쳤다.
에쓰엠테크는 수차례 샘플을 통해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항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 한편, 물티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까지 마무리했다. 현재 제조 설비 세팅까지 마치고 12월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에쓰엠테크는 나노건염을 활용한 항바이러스 마스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고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 및 해외 주요 국가로의 진입을 돕는 PCT(특허협력조약) 출원을 마쳤다.
변 교수는 "연구 결과가 이렇게 양산까지 이어지는 일이 드문 일"이라면서 "위드코로나 체제가 오고 있기도 하고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전염병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범용성이 높아질 것으로도 예상된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