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이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 노동자들이 하나 둘 현장을 이탈하며 시민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선 병원 의료노동자들은 일반 진료와 독감 접종,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업무 과부화 상태와 더불어 백신을 예약하려는 사람들의 막말·폭언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경기도는 15일 0시 기준 1098만1401명이 1차 접종했고, 1048만1204명이 2차 접종을 완료해 도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80% 달성을 앞두고 있다.
도내 31개 시·군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은 3900여 곳으로, 일반 진료와 모든 접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임산부,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시작돼 의료노동자들의 업무는 가중되는 상황이다.
의료 종사자들의 고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백신 특성상 개봉 후 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예약을 할 때 약품관계상 시간변동 고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변동사항 숙지가 부족해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며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성남시 A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B씨(47)는 3년간 일하던 직장을 그만뒀다. ‘XXX같은 X’, ‘왜 전화하고 XX이야’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하루에 한 번 꼴로 백신 접종자에게 욕설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다른 간호조무사 C씨는 “내가 03년생 아들이 있는데, 02년생한테 XXX라는 욕을 들었다. 오전 11시에 약을 개봉하면 오후 5시까지는 와야 폐기가 안되기 때문에 예약자에게 방문 전화를 하는데, 왜 예약한 날짜도 아닌데 오라고 하냐며 욕부터 한다”라며 “예약시간이 변동될 수 있다는 고지를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견디다 못해 이번에 사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에게 상해를 가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해진다. 그러나 이는 폭행에 대한 처벌일 뿐 막말 등 폭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어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업무와 더불어 백신을 예약하려는 사람들의 막말과 욕설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폭언·폭력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우리가 소위 공권력을 발휘해야 하는 제도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다들 큰 관심이 없다. 병원에서 다 해결하기를 뒷짐지고 바라보는 입장”이라며 “수십 년 묵은 문제이기 때문에 비단 코로나19 때문이라고 국한 할 수도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의료법을 서둘러 재정비 하는 것”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