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은 아동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도입됐다. 그러나 14년 지난 현재도 아동학대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이 양부모 학대로 목숨을 잃은 등 아동학대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학대 행위자 대부분이 부모
#지난 5일 수원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2살 입양아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화성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피고인 양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양모는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0살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른바 ‘조카 물고문 살인’ 사건 피해자 친모 C씨는 아동학대 방조‧유기‧방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10살 조카를 때려 숨지게 한 이모 D씨와 이모부 E씨는 각각 징역 30년과 1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생후 16개원 된 입양아 정인 양 양부모 학대 사망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인 양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아동학대 신고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높아진 경각심이 의심받고 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국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신고 건수는 총 4만2251건으로 2019년 4만1389건에 비해 2.1%, 862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 학대사례도 3만45건에서 860건(2.9%) 증가한 총 3만905건으로 집계됐다.
학대 행위자의 유형은 지난해 기준 부모가 82.1%, 유치원·보육원·학원·아동복지 시설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 9.5%,, 친인척 5.4%, 타인 1.8%, 기타 1.2% 순이었다.
아동학대 사례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모의 학대 행위는 2019년 2만2700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1.8% 증가한 2만5380건으로 집계됐다.
이동학대는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로 단순 처벌, 훈육, 유기, 방임이 포함된다.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정서적으로 아동 복지와 성장 발달을 위협하는 행위는 범죄로 간주된다.
특히 올해 1월 민법상 징계권 조항이 폐지되면서 체벌 금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아이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지난 1월 26일 삭제됐다. 해당 조항은 그동안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인돼 왔었는데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63년 만에 없애 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부모가 징계권이 폐지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4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300가구(자녀‧부모 600명)를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자녀 체벌 금지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 80%가 민법상 징계권이 포함된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고, 아동 10명 중 8명은 ‘징계권’ 삭제로 인해 부모에 의한 체벌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63년 만에 징계권 조항 삭제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아동은 어떤 환경에서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11월 중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이 함께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캠페인을 비롯한 부모교육을 통해 징계권 삭제에 대해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