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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시각예술분야 작가 집중 조명…'광대하고 느리게'展

경기도미술관, 권혜원·박은태·조은지 등 신작 공개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13점 작품 전시
‘인간-비인간’, ‘물질-비물질’ 등 관계의 ‘사이’ 탐구

 

경기도미술관이 경기지역 시각예술분야 중진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광대하고 느리게: 권혜원, 박은태, 조은지’展을 개최한다.

 

지난 11일 시작해 내년 2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권혜원, 박은태, 조은지 3인 작가의 신작 발표 무대다.

 

세 작가는 시각예술분야에서 10년 이상의 활동 경력을 가졌다. 경기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 정기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신작을 포함한 주요 작업들을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13점을 내놨는데,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비물질’, ‘노동과 인간’, 그 관계의 ‘사이’를 탐구하고 고민한 새로운 작품들이다. 


전시 제목 ‘광대하고 느리게’는 SF 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집 ‘바람의 열 두 방향’ 중 ‘제국보다 더욱 광대하고 느리게’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보인 예술적 성취와 작업의 여정에 경의를 표하는 내용으로 묘사했다.

 

이 소설이 액션이나 모험을 다루는 대신 인간의 내면과 정신을 대해 언급한 것처럼, 이 전시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숲을 탐험하는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볼 수 있다.

 

 

작가 권혜원은 특정한 사건이나 기억이 배어 있는 장소들을 탐색하고 이를 영상매체 기반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요소에 조형적인 설치를 가미해 시각화했다. 이 작업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사이’, 그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급진적 식물학’은 경기도미술관에 함께 소개되는 작품인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과 함께 식물 리서치 작업의 확장을 시도한다. 정원의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탐구하며, 작가의 손길을 거쳐 투영된 이미지들은 식물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작가 박은태는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구조물로 대표되는 건축물 이면에 감춰진 노동의 실체를 들춰낸다. 신작 ‘부품의 대가’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겪었거나, 현장에서 바라본 노동자의 심정을 담았다. 노동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노동자의 모습과 추상적 배경으로 존재하는 건축 구조물을 극명히 대비한다.

 

‘황금모듈’은 강렬한 배경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박은태는 우리 사회에서 체감하는 빈부격차를 화려한 황금색으로 표현하면서 점차 심화되는 노동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 곳곳에 펼쳐진 붉은 배선은 사회 구성원 모두 불평등한 질주를 멈추고, 평등한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 조은지는 비인간이 인간과 결합되면서 구축되는 무의식 영역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수행과 제의(祭儀)가 연상되는 공간을 설치하고, 반복적 행위로 구성된 퍼포먼스를 한다. 흙, 먼지 등 도시에서 부유하는 재료를 활용해 인간 무의식 세계와 영혼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구축하는 실험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文漁의 무늬는 文이다'는 인간과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문어를 관찰하며, 사고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의 경계 구분을 희석시킨다. 이 연장선에서 문어의 먹물을 이용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의 설치작업은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가 없는 언어와 악보의 형태로 그려질 것이다.

 

전시실에는 이들 작가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은 작가들의 신작을 조화롭게 배치했고, 관람객의 작품 감상 몰입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광대하고 느리게’는 이 같은 급진적 관점을 공유하는 작품들로 꾸려져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개인 관람객은 사전 예약 없이 현장 관람할 수 있다. 향후 전시 내용을 심층적으로 수록한 출판물도 발간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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