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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상처는 빛이 인간에게 들어오는 통로다

  • 방현석
  • 등록 2022.01.03 06:00:00
  • 인천 1면

 

이번 대선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해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의 흠집이 너무나 많고 치명적이라고 서로 공격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지닌 흉터는 흠집이 아니라 상처를 입은 흔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상처는 흠이 생겨 온전치 못한 흠집과 다르다. 흠집은 결락을 지닌 하자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상처는 그가 무엇인가를 한 흔적이다. 일하거나 싸우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는 없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많은 일과 싸움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상처가 많다는 사실이 하자가 될 수는 없다. 그가 한 일과 싸움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오히려 그것은 영광일 수도 있다.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는 이렇게 말했다.

‘상처는 빛이 인간에게 들어오는 통로다.’

 

루미의 문장을 빌리면 상처가 많다는 것은 그의 안에 그만큼 많은 빛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두 대선 후보가 지닌 육체적 상처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열두 살에 소년공이 되었던 이재명 후보는 함석을 다루는 공장에서 찔리고 베여 100곳이 넘는 상처를 입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을 모르고 자란 윤석열 후보는 그런 상처를 입을 일이 거의 없었다. 이재명 후보의 상처가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공장 노동이 그에게 남겨준 흉터가 흠집이 아니고 상처라면 이재명은 빛을 그만큼 많이 가진 사람이 된다. 그렇다고 육체적 상처가 거의 없는 윤석열 후보가 흠집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난이 흠이 아니듯이 부유한 환경도 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신적 상처는 누가 더 많이 입었는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에서 노동인권변호사로 일하며 시립병원 건립운동을 하고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파헤치다 잇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후보는 국정원 여론조작사건 수사를 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당했고, 조국장관 가족 수사를 둘러싸고 현 정부와 대립했다. 서로의 흠집이라고 제기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싸고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두 후보의 진영이 서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이 흠집인지 상처인지는 그 문제들의 실체적 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수준과 시민역량을 갖춘 대한민국의 국민이 나라의 살림을 5년간 맡길 대통령 후보를 스스로 정확하게 검증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K팝-K필름-K드라마-K방역으로 이어지는 K시리즈의 완결판은 K-폴리틱스, K-정치문화다.

 

더는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 하지 말고 함께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서로가 제기하는 문제와 내세우는 비전을 토론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진정으로 유능하게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유니크한 일꾼을 결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끌어나갈 비전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검증하는 수준의 K-정치문화를 요구할 권리와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거부하는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K시리즈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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