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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저/ 인물과사상사
교육에 대한 이상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교육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한 사회학자의 한국교육의 패러다임에 대한 지적 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흔히 눈부신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지목되는 한편 이제는 '한국사회 망국론'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것이 한국 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저자 김덕영은 '위장된 학교'(인물과사상사 간)그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한 여러 논의들이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별,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 과도한 입시전쟁과 사교육비 지출 등 표피적 관찰이나 비판에 머물렀다고 주장하고 과거 지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그는 책 전반에서 근대적 교육 공간이 되어야 할 한국의 학교들이 실상은 근대와 거리가 먼 '위장된 학교'라고 단언한다.
독일대학에서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저자는 자신이 관찰하고 경험한 서구의 학교들을 한국의 학교와 비교하면서 한국에서의 배움과 가르침의 의미와 학교를 통한 진정한 근대성을 고민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흔히 우리교육 병폐 중 하나로 지목되는 공교육의 부실문제를 논하면서 한국의 공교육은 영원히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즉 '내'가 '남'과 다른 교육을 받아 세칭 명문대 인기학과에 합격하는 것이 지상목표인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교육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공교육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는 것.
강남8학군, 외국어고,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 등장,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의 분화, 고소득층이 주도하는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사교육의 등장이 계속되는 한 공교육은 요원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또 한국 교육의 제도나 지식이 서구적인 것임에도 불구, 서구가 이룩한 근대성의 핵심사상인 근대적 인간관이 부재하다는 점을 한국 교육의 근본 한계로 지적한다.
아직도 가족, 사회, 각종 조직을 우선시하는 과거의 집단주의적 규범이 교육이나 사회의식을 지배하고 있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존재여야 할 '개인'이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 처벌을 받는 대상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최고대학이라고 불리어지는 서울대학이 이런 한국적 교육과 지적 풍토 속에서는 그 좋아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 축에도 끼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고 말한다.
아울러서 그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포착하고 있다.
그는 세칭 명문대학을 나왔건 아니건간에 확고부동하게 대학의 서열화를 말하는 한국인들의 믿음을 기묘하다고 표현하고 한국의 '세계문화유산감'이라고 말한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서 사람의 등급과 인격, 심지어 신분마저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한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이 대학서열화가 다른 나라, 선진외국에도 유명대학이나 최고대학이 있다며 한국사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고 강변한다는 것.
저자 역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교육을 분석하면서 어느국가든지 엘리트 교육기관이 있고 때론 대학별 순위를 매기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우리처럼 일렬종대로 대학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다원화 구조로 대학들이 존재하며 서울대처럼 어느 특정대학이 모든 분야의 파워 엘리트를 독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각 분야별로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분산돼 우리사회의 학연처럼 광범위하게 끌어주고 밀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지도 않고 파벌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서열화 문제 외에도 저자는 한국아동들의 위인전 독서문화, 대학세계의 패거리 문화, 고시촌의 진풍경, 미국제 박사학위가 만든 새로운 신분제도 등을 통해 한국 교육의 폐해와 이상현상을 짚어보고 이들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수정없이는 한국의 교육, 더 나아가 한국사회는 암울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357쪽,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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