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동물 출연’ 조항을 신설한 것과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KBS는 KBS 1TV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지난 9일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동물 출연’ 조항을 신설해 발표했다.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촬영 전 준비단계와 촬영단계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담았다.

▲위험한 장면은 최대한 CG작업을 통해 구현한다 ▲동물에게 인위적 상해를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는다 ▲출연 동물은 가급적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훈련된 동물을 섭외한다 ▲말과 기타 동물에 타야할 경우, 숙련된 출연자만 탈 수 있도록 한다 등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공영방송 KBS가 이제라도 마련한 동물 출연 가이드라인에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세부 조항에 대해서는 아쉽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KBS에 동물 출연 가이드라인 초안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던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나연 캠페인 전략 팀장은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동물에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세부 조항들에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동물 촬영 관장 책임자가 동물 촬영 모든 단계에 대해 점검하고 CP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표기한 조항은, 문서 형태로 기록을 남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촬영단계 ⑦번 항목 중 ‘말채찍, 말고삐, 말안장 등 도구들은 안전하고 인도주의적으로 사용’에 ‘이러한 도구가 동물에게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 전제가 누락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낚시 장면 등에서 실제 어류 포획을 금지하고, 어류가 물 밖으로 나오는 장면 촬영의 구체적인 대안 및 가이드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인 ‘동물보호연대’도 공식 블로그에 ‘길지 않았던 준비 기간에 비해 상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판단되지만, 동물보호법 8조 1항의 부재·동물 이동 시 안전조치·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 등의 내용이 생략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느껴진다’는 글을 게시했다.

앞서 '태종 이방원'이 낙마 장면 촬영 중 강제로 쓰러트린 말 ‘까미’가 일주일 뒤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이는 국민청원으로 이어져 지난달 21일 시작된 청원은 10일 현재 1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