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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 최 영
  • 등록 2022.02.15 06:00:00
  • 13면

 

어제는 하루종일 필자가 근무하는 철도가 세간의 화제였다. 열차의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윤석열후보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에이 설마?”싶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이런 고객은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도 “못봤지.. 예전에는 빈자리 많을 때 신발벗고 앞 좌석에 발 걸치고 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눈치 보여 거의 없는데 어딜 신발을 신은채로.. 말도 안되지”라며 혀를 내두른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는 말이다. 하긴 윤석열후보 입장에서는 구두가 뭐 그리 더럽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김진태의원이 질의했듯이 윤석열후보는 기업인들과 술자리에서 자기 신발에 양말을 벗어 넣고 술을 따라 마시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사실이라면 그에게 구두란 술잔이나 다름없을 터이니 말이다.

 

난 정치인의 사생활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가 집에서 무얼 하든, 점을 보건, 바람을 피건 당신들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최소한 공적 영역에서 기본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수신제가 클리어 한 다음에 치국을 순차적으로 하란 말은 못하겠다. 그렇게 하다간 아무도 치국을 할 사람이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으면 타인에 피해를 주지않는 수준의 수신은 되어야할 것 아닌가? 공중을 위해서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공중도덕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면 그 여백은 특권의식 외에 무엇이 채울 것인가? 

 

나는 윤후보의 진상행동을 보고 두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만일 이런 일이 다른 선진국에서 일어났으면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둘째, 이재명후보가 이런 행동을 했으면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을까? 첫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벌써 이 사건이 외국언론에 다루어지면서 대충 답이 나왔다. 정치생명이 끝날 정도의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공적 자질의 함량미달로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문은 우리가 지겹도록 보아왔기에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류언론은 약속처럼 사냥대형으로 집결, 무참히 십자포화를 퍼부을 것이다. 조그만 흠결만 드러나도 지레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하는 이재명캠프에 비해 윤석열캠프는 그 숱한 본부장 의혹과 문제발언에도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며 눙치며 넘어갈 수 있다. 

 

이러니 그의 안하무인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캠프는 벌서 대선이 끝났다는 분위기란다. 예전부터 “대선도 필요 없고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더니 이제는 “임기5년짜리의 정권이 겁도 없이” 검찰조직을 바꾸려했다고, 현정권의 적폐수사를 할 것이라 공언할 지경이다. 그에게 국민이란, 국가란 어떤 의미일까? 무소불위의 검찰조직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의 구두 밑에 좌석이 있지만 집권 후에는 국민이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제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내가 품은 의문들을 국민들이 가지게 될 때 선거판세는 결정날 것이다. 나는 촛불혁명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을 여전히 믿는다. 윤후보에 압도적이라는 젊은 층의 지지는 사랑처럼 쉬 변한다. 그의 편향된 세계관과 호전적 선제타격론은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평화로울 때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묻지만 늙은이들이 전쟁을 결정하면 부모들이 아들들을 땅에 묻게 되는 법, 특권의식에 찌든 안하무인의 검객에게 더 큰 권한은 위험하다. 그는 원래 그랬다. 그걸 몰랐단 말인가? 그걸 알아차리는데 어제의 철도사진이 작은 기여를 하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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