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면서(仁) 무(武)하지 않으면 어짊을 이룰 수 없다.’('춘추좌전' 선공편). 무가 어짊 실현의 필요조건임을 말한다. 무는 戈(과: 창으로 무력을 뜻함)와 止(지: 전쟁을 막아 평화를 지키는 힘)로 이뤄진 합성한자이다. 권력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에 주어져야 한다는 경구이다.
루쉰은 물에 빠진 개를 보면서 일갈한다. “물에 빠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미친 개다.” 사람들을 물어뜯다가 참다못한 사람들의 몽둥이에 쫓겨 물에 빠진 개를 구해선 안된다. 측은지심으로 차마 내치지 못한다면 미친 개는 다시 사람들을 물어뜯게 될 것이다. 회개하지 않는 세력은 단호히 때려잡아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루쉰은 “페어플레이 좋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지켜야 하는 절대선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시민의 용기는 로마를 악에서 구했다. 쿠데타로 원로원 공화파를 속여 황제에 즉위하려는 카이사르는 브루투스에 의해 살해된다. 브루투스는 그를 죽인 뒤 “폭군은 죽었다”고 시민들에게 외쳤다. 브루투스는 사실 카이사르 정부(情婦)의 아들로 카이사르의 최측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받을 때 국가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도 진실과 용기를 다룬 대목이 나온다. 오이디푸스는 역병으로 죽어가는 테베 백성을 구원해줄 방도를 처남 크레온에게 부탁한다. 오이디푸스의 부인이자 어머니의 동생인 그는 오이디푸스에게 “당신이 ‘진실’을 고백하지 않는 한 위기 극복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 진실이란 무엇인가? 오이디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염덩어리임을 뜻하는 것이다. 스스로 눈을 찌르고 유배를 떠나는 ‘로마의 오염 덩어리’ 오이디푸스가 영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나마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오이디푸스에게는 있었다. 소포클레스는 진실과 시민적 용기를 강조하기 위해 이 사실을 기록했다.
촛불혁명으로 21세기 민주주의 최고의 국가로 등극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지금 위협받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진실을 가리고 혹세무민하는 언론과 힘센 자의 범죄 사실에 눈을 감은 정치검찰이 합세해 유권자들의 눈을 가린다. 재벌을 뒷배로 둔 이들 삼각 카르텔은 상상 이상 규모로 드러난 특정 후보의 숱한 범죄 행위와 도덕적 타락마저 감추려 한다. 모녀사기단 스폰서나 다름없는 자가 엉터리 여론조사를 내세워 마치 승리라도 할 것처럼 판세를 호도하기도 한다. 타락한 언론의 여론조작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하지만 시민들의 최고 공직자를 선택하는 윤리적 기준은 날로 매섭기만 하다.
정치보복까지 선언한 부패와 배신의 끝판왕인 ‘미친 후보’에 대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실의 철퇴를 들 때가 왔다. 시민들은 편파보도에 맞서 진실의 용기 있는 전파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은 국정농단의 기득권 부패집단과 깨어있는 촛불시민세력 사이의 역사적인 한판 대결이다. 진실이 승리하도록 나서야 한다. 민주 국가는 용기와 진실을 뿌리로 삼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