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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24일 퇴임 조복순 인천 연수문화원장

8년4개월 재임...별도의 사옥 마련.탄탄한 운영시스텤 구축
"정주 외국인들 위한 야학 열어 도움 주고파"...문화원 수강생 등록

 8년 4개월 간 연수문화원의 터를 닦고 발전을 도모한 조복순 원장이 영광의 시간을 뒤로한 채 아름다운 발걸음을 물린다. 지난 2013년 제4대 원장으로 취임해 2018년 제5대 원장에 연임한 조 원장은 8년 동안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각종 문화사업과 향토사 연구, 도서 발간 등 다방면의 문화를 전파하고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해냈다. 창립 발기인으로 시작해 문화원 이사와 감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4일 퇴임을 앞둔 조 원장의 소회를 들어봤다.

 열심히 가꿔온 연수문화원의 자랑은

 

연수문화원의 설립 목적이 전통문화 보존 및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입니다. 전통문화를 살리기 위한 행사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데 전통문화라 하면 전통 성년식(만 19세 청년 대상), 전통 혼례식 같은 것을 말합니다.

 

코로나19로 2020~2021년 행사 계획을 세웠다가도 취소하고 했으나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극적으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엄청납니다. 의상과 메이크업, 진행, 앨범제작까지 모두 문화원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이라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이런 색다른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를 전파한 공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2020 대한민국 문화원상’ 종합경영평가에서 최우수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전국 230개 문화원을 대상으로 종합경영평가를 한 결과를 토대로 선정됐기에 뜻 깊고 지역문화발전에 대한 기여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운영수준, 문화인력 양성 및 교육, 지역연계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달라진 점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할 때는 아예 문화원을 폐쇄하기도 했고, 완화되면 일부 강좌만 화상으로 여는 등 한계가 있습니다.

 

150여 개의 문화 프로그램이 현재는 절반정도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악기(하모니카, 플롯 등) 연주와 합창 강좌같은 경우는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또 좋은 공연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어도 코로나19로 관객수에 제한이 있어서 더 많이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으로 공유하니까 현장감은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공연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볼 수 있게 해 나름의 만족을 느낍니다.

문화원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모든게 다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전국 230개 문화원 가운데 9곳만 선정해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작곡한 곡이 핀란드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쾌거를 이룬 게 특히 기억납니다.

 

작곡한 아이도 당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러 출국을 했었는데, 그 학생에게 진짜 꿈을 찾아줬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쉽게 말해 악기는커녕 음악을 전혀 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악기의 특성을 배우고 박자와 감정표현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마음을 악기로 표현하도록 돕는 것 입니다.

 

아이들의 스펀지 같은 흡수력은 6개월이면 작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고 음악을 꿈 꿀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모범사례로도 꼽히고 있을 정도로 잘 진행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조복순 원장이 이 것 하나만큼은 참 잘했다’라고 기억됐으면 하는 것은

 

별도의 문화원 사옥을 만든 것을 꼽고 싶습니다. 제 임기 동안 원사가 지어졌다는 게 자랑스럽고, 내부적으로는 모든 체계를 다 잡아놨습니다. 탄탄한 이사진을 구성했으며, 회계체계 등 내실을 기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원장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특히 내부 경영자금 순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월급 부분도 구 예산으로 지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급여 자체를 구 예산에 반영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퇴임 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퇴임하고 나서 저도 문화원의 수강생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민화와 라인 댄스 수강신청을 한 상태로, 3월부터 열심히 배울 생각입니다.

 

사실 30년 동안 연수구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를 해온 것을 떠날 수 없듯이 앞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봉사활동을 찾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야학입니다. 말 그대로 야학으로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돈으로 연관되지 않은 어학당이 아닌 야학을 열어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예전에 한 외국인 학부모가 한글을 몰라 아이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시나 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일과시간에 진행돼 일을 하는 외국인들이 혜택을 볼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또 인천에 예절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과 신혼부부, 외국인들까지 우리나라 전통예절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예절원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이제 잘 끝내는 시점에 다시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 소망을 전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인천 시민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내 삶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지는 내가 준비하는데 달렸습니다.

 

내가 자꾸 무언가를 배우고, 참여하고, 익히며 문화적인 삶을 살면 그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늦지 않았습니다. 문화원에서는 늙어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혼자서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화원과 친해지면 됩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꾸려져 있으니 참여만 하면 개성도 살리고 취미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삶이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여행을 예로 들었을 때 그 순간을 사진이나 그림, 시 한편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삶이 풍요로워질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같은 문화원 수강생으로 만나 함께 배우는 삶을 살아갑시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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