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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안방 장비, 방구석 여포

  • 최 영
  • 등록 2022.02.28 06:00:00
  • 13면

 

설마설마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푸틴이 전쟁을 결정하자말자 우크라이나 전역이 미사일공격으로 불타올랐고 러시아의 기갑부대는 국경을 돌파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전쟁마저 게임이나 영화처럼 접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뉴스는 폭발하는 화염과 번쩍이는 섬광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바쁘다. 전황은 그래픽까지 동원해 스포츠방송처럼 중계된다. 그러나 현실의 전쟁은 지하철에 피신한채 두려움에 떨고있는 시민들과 거리를 가득메운 피난차량 행렬에서 보이듯이 참혹한 실사판 지옥이다. 나는 이런 우크라이나전쟁 뉴스를 보면서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젤렌스키, 또 다른 사람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었다.

 

내가 전쟁을 일으킨 푸틴보다 젤렌스키를 떠올린 이유는 분명하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또다른 수단으로 계속되는 정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침공을 결정한 푸틴과 러시아가 비난받음은 지당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한사코 반대하던 나토의 동진에 우크라이나가 디딤돌을 놓아주려할 때, 자국의 안보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한 푸틴에 반해 코메디언 출신 젤렌스키의 정치는 실패한 것이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게 전쟁은 최악의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안위를 책임져야할 대통령의 임무는 무겁고도 무겁다. 정치지도자는 외교든 경제든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위기를 관리해나갈 의무가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하다. 대한민국에게 전쟁위기는 돌발변수가 아니라 70년동안 상수였기 때문이다. 

 

내가 윤석열후보를 떠올린 것은 그가 내뱉었던 선제타격론이나 사드추가배치 주장 때문이다. 젤렌스키의 나토가입 정책처럼 윤후보의 정책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의 의중을 이해는 한다. 선거전에서 보수층에게 인기가 있을걸로 여겼을 것이다. 정치외교에서나 노사관계에서나 강경론은 당장 잘 먹힌다. 선명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론은 궁색해보이고 불편하다. 우리 역량과 조건을 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성주의 사드 때문에 한중관계가 한동안 얼음장을 걷는 듯 했고 경제적 피해도 컸다. 그런데 추가배치 하겠단다. 그뿐인가? 전술핵 배치도 입에 올리다 말한 적 없다고 오리발 내밀더니 한미일군사동맹까지 이르렀다.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잠깐동안 내 귀를 의심했다.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심상정후보가 윤석열후보에게 한미일 군사동맹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건데 그걸 하시겠느냐?”라고 묻자 나온 윤후보의 대답이었다. 이전에 윤후보가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이 유출된건 아니다”라고 하던 말보다 더한 망언이다. 이러니 일본 언론들이 윤후보를 두고 ‘일본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주장해주는 고마운 친일 후보’로 앞다투어 소개해왔구나 싶다. 나는 문재인정부가 인사참사나 부동산폭등의 과실이 있다하더라도 가장 잘한 치적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잘 관리해온 점을 첫손에 꼽는다. 위기관리정치가 실패하면 우크라이나사태에서 보듯이 참혹한 결과를 돌이킬 수조차 없다. 불필요하게 인접한 강대국을 자극함과 아울러, 반대로 유사이래 끊임없이 침략과 수탈을 행해온 끔찍한 이웃이 개입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정치도, 외교도 아무것도 아니다. 

 

윤석열후보의 주장에 중국과 북한이 느끼는 위협은 러시아가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젤렌스키를 떠올리며 윤후보를 연상한 이유이다. 교훈은 여러번 주어지지 않는다. 휴전선에서 서울은 키에프보다 더욱 가깝다. 나는 지금까지 윤석열후보를 보면서 그가 만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책임질 대통령이 절대로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게 되었다. 그가 되면 대한민국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만일 윤후보가 단지 표를 얻기 위해 강경입장을 선호한 것이라면 그는 이재명후보가 말한대로 ‘안방 장비’ 내지는 속담처럼 ‘방구석 여포’에 불과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가 과연 이래도 괜찮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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