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맑음동두천 16.7℃
  • 맑음강릉 14.6℃
  • 맑음서울 16.7℃
  • 맑음대전 16.9℃
  • 맑음대구 14.7℃
  • 맑음울산 12.2℃
  • 구름조금광주 17.8℃
  • 맑음부산 12.9℃
  • 맑음고창 15.1℃
  • 구름많음제주 16.1℃
  • 구름많음강화 14.6℃
  • 맑음보은 17.0℃
  • 맑음금산 15.8℃
  • 구름많음강진군 15.5℃
  • 맑음경주시 13.1℃
  • 맑음거제 13.2℃
기상청 제공

“안전하게 살고 싶다”…웅비아파트 주민들, 수원시와 갈등

아파트 주민 중 절반 투자 목적 외지인…공사 비용 확보 어려워
수원시, 재난위험시설 분류…관리 소홀로 주민들 간 갈등 부추겨

 

“사는 동안은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웅비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이사를 고민 중이다. 올해로 37년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주민들 간 금전적인 갈등으로 보수·보강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이 건물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만 행정적 도움은 커녕 주민들 간 갈등만 부추기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입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수원시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아파트의 주민 절반은 A씨와 같은 세입자로 대부분이 인근 직장인·학생 등 자취생이거나 노령 층이 대부분이다. 아파트가 지어진지 오래되다 보니 주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값이 저렴한 데다가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호재’를 노리고 들어온 투자자들로 인해, 아파트 주민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세입자고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세입자로 살고 있는 A씨는 “D등급 판정을 받은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수원시는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아파트를 특별하게 관리하는 줄 알았지만, 해결을 위한 부담은 주민들의 몫이 돼버렸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재난위험시설물에서 안전을 담보로 하루하루 살고 있는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보강 등은 물론 주민의견 조율조차 힘들다는 게 아파트 측의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자치회장인 H씨는 “지난해 수원시로부터 점검 받아 보수·보강안내를 통보 받았고, 빠른 조치를 통해 등급상향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다만 금전적인 이유와 함께 주민합의가 어려워 계획을 뜻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조금씩 모아두었지만, 노후화된 아파트 수리비를 장충금으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며 “보수·보강 공사를 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당장 수원시가 지정한 보수·보강 공사에 지불할 돈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파트 주민들은 장충금의 부족한 금액을 마련해 보려했지만 여간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보고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이 늘어난 데다 이들 대부분이 수리비를 지불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H씨는 “아파트가 워낙 오래됐고, 타 지역보다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아파트 소유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투자를 목적으로 구매한 외부인이다”며 “투자를 노리고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추가적으로 돈을 내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L씨는 “재난을 미리 안다면 피해를 볼 사람이 누가 있냐”라며 “세월에는 장사가 없고, 사는 동안 만큼은 안전하게 살아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안전을 위해 노후화된 아파트를 고치고 싶어 한다”며 “다만 이들 대부분 여건상 보수공사를 실행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원시가 행정적 지원을 통해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수원시 공동주택지원팀 안경하 팀장은 “이 아파트는 지난해 D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시에서 점검 관리를 맡게됐다”며 “안전점검과 더불어 보수·보강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보강 공사는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할 부분이고, 시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동주택지원팀 관계자는 매년 지원이 필요한 공동주택이나 공용시설물에 대해서는 시가 주기적으로 공모를 통해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지원팀 천해솔 주무관은 "지원이 필요한 단지(건물)들은 매년 공모를 통해 예산 범위 안에서 시의 자발적인 평가에 따라 지원(공동주택관리 보조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웅비아파트의 경우 공사 규모가 크고 (아파트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보니, 이 부분을 보완해 내년 사업 공모 때 다시 진행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이명호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