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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영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 ‘레벤느망’

 

레벤느망

장르 : 드라마

감독 : 오드리 디완

출연 :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분명 둘이었는데, 혼자가 됐다. 함께 했던 일이지만,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고 수습해야 한다.

 

영화는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가 2000년 발표한 에세이 ‘사건’을 원작으로 한다. 본인이 겪었던 임신 중지에 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아니 에르노는 영화에 대해 “20년 전, 책의 마지막 부분에 1964년 3개월 동안 내 몸이 겪은 모든 경험과 도덕적 신념에 대해 적었다. 임신중절 금지와 새로운 법의 제정. 오드리 디완 감독은 이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전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에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가 찾아왔다. 경련이 날 것처럼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의사에게 받은 임신 진단. 낙태 얘기를 꺼내자 의사는 단칼에 거절한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낙태는 불법이었다. 임신부도, 시술을 한 의사도 모두 처벌을 받는다. 고민 끝에 관계를 가졌던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지만 돌아온 것은 방관과 외면뿐이다.

 

 

안은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만 출산과 동시에 촉망받던 자신의 미래는 산산조각 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안의 학업 부진에 교수는 안을 붙잡고 무슨 일이 있는지 질문한다. 그녀의 대답은 “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 한 주 한 주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영화는 임신 사실 확인에서 사건의 종결까지 안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되는데 하물며 임신은 어떠할까.

 

식당을 하며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에게 이를 알릴 수도 없고, 절친한 친구에게 말하니 “난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 안을 짓누르는 사회적 억압에 그녀의 얼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과 불안함이 묻어난다.

 

 

감독은 세밀한 감정 표현과 관객의 몰입감을 위해 안을 근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그녀의 삶에 빠져들 수 있도록 연출했다. 모든 움직임을 긴밀하게 따라가며 안의 반응과 분위기를 최대한 가까이서 잡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관객은 그녀의 바로 옆에서 그녀를 관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오로지 인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주인공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이끌어내고, 그녀의 감정에 동조하게 만든다.

 

 

‘레벤느망’은 지난해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클로이 자오 감독, 배우 버지니아 에피라 등 심사위원단 모두가 만장일치로 ‘레벤느망’을 황금사자상으로 꼽았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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