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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스승이 제자 내치는 대학

 

 

부산대와 고려대가 조국 전 장관의 딸에 대해 의학전문대학원과 학부 입학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 대학은 의전원 전 과정을 마치고 졸업과 함께 의사자격시험에도 합격한 제자에 대해 입학 취소라는 초유의 퇴출 조처를 잇따라 감행한 것이다. 부산대와 고려대는 과거 “표창장이 입학 요건에 필수적인 문건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어 상충되는 이번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선 학교가 나름의 삶을 가꿔온 제자의 인생 설계를 이토록 망가뜨려도 되는지를 묻고 싶다. 최대 12년 세월이 흐른 지금 와서 해당 대학들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 입학이 안 되었더라면 선택했을 제2의 길조차 소급해서 가로막음으로써 끼친 손실도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혹한 유신독재이었던 때 은사이셨던 학장의 일화가 기억에 새롭다. 그는 시위 때마다 현장에 나타나 시위를 말리고 심지어 주동자에게 따귀를 올려붙였던 완고한 분이었다. 정권 말기 증상이 점차 심해지자 학생들은 대규모 유신반대 시위를 준비 중이었는데, 실행도 하기 전에 적발됐다. 박정희 정권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학생들이 마치 공산 국가 건설을 모의 실행하려 했던 것처럼 시위 모의 사건을 ‘용공 조작’해 발표했고, 문교부는 즉시 주동 학생 전원을 제명시킬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 잘못은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 덕분인지 모르나 관련 학생들은 ‘제적’이라는, 덜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지금껏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제자를 ‘학살’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대학 정신의 발현이 아니던가?

 

교육은 존경과 사랑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제자를 아끼는 금도야말로 교육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12년 전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사실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벌인 대학들의 이번 막가파식 만행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사제지정마저 쉽게 저버리는 대학들의 섣부른 행태는 대학 지성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기야 스승을 믿고 학업을 이어온 제자마저 길거리로 내치겠다는 교수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모두 부질없다. 징계회에 참여한 30명 중 단 한 사람도 대학 스스로 잘못은 없었는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 기가 막힌다. 만약 이 일이 MB 시절 만연했던 대학입시 비리의 작은 산물이었음을 기억하는 교육자였다면 적어도 이런 얼척없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 대학은 결국 검찰과 극우언론이 벌여온 조 전 장관 일가의 멸문지화 공작에도 가담한 꼴이다. 제자를 버리는 스승은 없다. 비리의 무한 책임을 제자에 전가하는, 이 부끄러운 ‘교육 학살’의 현실을 개탄한다. 동시에 이 결정에 가담한 사이비들을 나는 강력히 규탄한다. “진리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다.” 『월든』의 저자 데이비드 헨리 소로가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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